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상응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수윤 옮김 / 읻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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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여러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요절했다는 사실과 그의 작품 중 몰락한 귀족의 이야기를 다룬 <사양>과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많이 알려진 <인간 실격>을 읽은 게 전부다.

읻다의 상응시리즈는 “서한을 주고받으며 뻗어나가는 사유의 여정들을 비춥니다.”라는 목표를 둔 시리즈로 <나스메 소세키 서한집>을 읽고 작가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서한집의 매력에 빠져 고른 책이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이다.

화려하지 않는 색상과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종이에 모토타로에게 보낸 엽서를 사용한 표지는 군더더기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
본문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을 비롯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실려 있다.

서한집은 18살의 다자이가 하숙하던 후지타 가문의 두 형제에게 방학 중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그가 죽기 얼마 전 쓰시마 미치코에게 쓴 편지가 마지막으로 실려있다.
서한집은 시간 순으로 친구들과 출판사 직원, 교류했던 여러 문인들과 연인에게 보낸 편지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려있다.

특히 돈을 융통하기 위해 작가가 쓰고 있는 소설의 진행 상황과 출판 시기를 세세히 쓰고 있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거기다 군데군데 그가 보냈던 편지와 엽서의 원본이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부록인 ‘다자이 오사무 자필 노트’는 일어를 읽을 수 없어 안타깝지만 고교 시절의 낙서까지 들여다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자이 오사무 연보로 단순히 오사무의 생애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친절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작가의 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적인 글 중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는다는 전제로 쓴 글이고 편지는 받을 대상을 지정해 쓴 글이다.
서한집을 읽는 내내 작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했다.
그가 훗날 자신의 편지가 이렇듯 책으로 출간돼 독자들에게 읽힐 줄 알았다면 과연 이런 편지를 남겼을까 싶어서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지만 허락받지 못한 결혼 탓에 의절당하고 곤궁하게 살며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융통하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글을 써서 생활할 수 없던 시기에는 거의 모든 편지에 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는 건 글 밖에 쓸 수 없었던 남자의 절망이 느껴져 그의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진다.

처음부터 작가로 승승장구한 줄 알았던 그는 아쿠타가와 상의 심사위원인 사토 하루오에게 보낸 청탁편지에는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뒤에 애인을 두고 편지를 보내며 작업실로 찾아오라는 말을 하면서도 남자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낼 것을 요청하는 모습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그의 편지를 보며 작가의 생을 다 알 수도 없고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작가가 아닌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생활인의 모습은 마음이 아프다.
그는 왜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절정의 순간에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풀지 못한 체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본 도서는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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