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의 사랑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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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癡는 '어리석을 치'라는 한자로, '어리석다', '미치다'를 뜻한다.(나무위키)

제목과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하는 소설이다.


다니자키는 데뷔작 ‘문신’ (1910)부터 75세에 발표한 ‘미친 노인의 일기’(1961)까지 장장 오십오 년 동안 오로지 여자의 흰 살갗과 발이 가져다주는 희열만을 그린 작가다.(p303,옮긴이의 말)

소설의 내용은 별거 없다.
카페의 점원인 15세 소녀 나오미를 군자라는 별명이 붙은 스물 여덟의 건실한 샐러리맨인 가와이 조지가 한눈에 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모던걸을 만들기 위해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지만 나오미는 사치가 심하고 여러 남자들과 어울려 다닌다.
여자를 자신에 기준에 맞춰 키우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할 계획이었던 조지는 나오미와 혼인 신고까지 하지만 그녀의 방탕함은 도를 지나친다.

얼마나 구역질나는 줄거리인지……
근데 이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책을 놓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절대로 조지와 나오미와의 관계를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다니자키의 글은 알면서도 불빛이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독자를 끄는 힘이있다.
사랑이라는 게 누군가가 이해하는 감정이 아닌 각자의 모습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조지가 자신과 나오미가 겪은 팔 년의 세월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소설은 큰 깨달음을 주거나 기대했던 대단한 애로틱함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책을 덮으며 아주 어린 나이에 길들여지고 길들인 나오미와 조지가 관계가 이해되기도 한다.
더 젊어서 읽었다면 불쾌했을 수도 있는 소설은 내가 살아온 세월의 탓인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퉁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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