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3인 다카시는 대학에 떨어지고 예비고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
낡은 호텔에 묵게 된 다카시는 호텔 자리에 있던 가모 저택의 주인의 사진을 보게 되고 2.26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다카시는 호텔에서 우연히 마추친 남자가 비상계단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호텔 직원으로부터 옛 가모 저택의 주인이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날 밤, 호텔에 화재가 발생하고 불길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한 다카시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고 둘은 58년 전 호텔이 있던 가모 저택으로 가게 된다.

타임 슬립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살인 사건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소설은 700페에 가까운 장편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다카시가 2.26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라 독자 역시 그 사건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는 소설이다.
다카시가 직접 경험하는 2.26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그 날 일본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의 사건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많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타임슬립은 주인공이 일으킨 작은 변화로 역사에 흐름이 바뀐다는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가모 저택 사건>속에서는 타임슬립으로 개인의 인생에는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어떤 수로도 역사의 큰 흐름은 바꿀 수 없다는 설정이다.
근대사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주인공의 답답함과 많은 사람의 죽음을 불러올 전쟁이 일어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괴로운 마음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타입슬립이라는 SF와 2.26이라는 역사적 사실, 쿠데타로 밀실 상태가 된 가모 저택에서 일어난 가모 대장의 죽음을 파헤져가는 미스터리와 과거에 사는 여자와의 러브 스토리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소설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팬이라면 필독해야 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일어난 사건을 알고 있어서 흐름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은 이미 천만을 훌쩍 넘긴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느끼는 무력감과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경험하게 하지만 마지막을 읽으며 어려운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민초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