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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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를 알게 된 건 2022년 부커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저주토끼”를 통해서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취향저격이었고 그 뒤로 열심히 작가님의 책을 찾아 읽었고 대부분 옳은 선택이었다.
이번에 #퍼플레인 출판사에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정보라환상문학단편선의 두 번째 소설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작가 정보라가 아닌 정도경이란 이름으로 2010년부터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 실린 소설 8편과 2018년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블릭G에 소개된 소설들로 환상과 현실은 물론 신화와 역사를 가미한 정보라 작가의 초기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게재됐다.

모두 10편의 단편이 수록될 소설집의 가제본은 4편의 단편을 맛볼 수 있다.
표제작인 #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 을 읽으며 처음엔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가 등장하는 첫 부분을 오타인 줄 알고 잠깐 뜨악했다.
등장하는 네 남자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서술되지는 않지만 어떤 폭력이 그들 사이에 존재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한의 끝을 마주하는 순간 큰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4편의 소설 중 가장 기괴하고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감염은 그 남자가 하는 이상한 부탁의 이유가 궁금해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점점 폭력에 무감해지던 주인공이 길고 괴롭던 폭력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내 존재 아래에서 타인의 존재가 무너지던 그 쾌감이 온몸으로 그리워“하는 폭력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그 어떤 괴물보다 무섭다.

#리발관의괴이 는 제목그대로 이발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다.
조상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개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기괴하다.
가제본의 마지막 이야기 #내친구좀비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육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지배가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랑은 내 뜻대로 너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너의 뜻을 마음껏 펼치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그 존재가 부모라 할지라도.

모두 4편의 이야기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개인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폭력을 저지른 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포장되기도 한다.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도 있다.
폭력이 사람을 피괴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행해지는 폭력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오래된 책 제목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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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에 이어 본책을 읽었다..
가제본의 실린 소설의 4편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니 나머지 여섯 편의 이야기는 짧고 강렬하다.
#내일의어스름 은 사이비 종교에 엄마, 아빠를 뺏긴 주인공의 이야기로 자신의 자식에게 사이비 종교의 기운이 전해진 듯해 공포를 준다.

#사흘 은 중독에 의한 인간성 상실은 물론 죽음 후에도 떨칠 수 없는 탐욕이 무섭다.
가장 가슴 아팠던 #타인의친절 은 왜 모든 고통은 여자의 몫인가 한탄하며 읽었다.
마지막 #전화 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는 이야기로 공포보다 그 간절함이 짐작돼 마음이 무겁다.

대부분의 소설은 발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작품들이다.
가제본을 읽으면서 지금의 현실과 너무 닮아서 근래에 쓴 작품일거라 짐작했다.
세상은 발전하고 너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사이비가 판을 치고 여자들은 폭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의 어딘가에서는 모습을 달리하며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읽고 나면 유쾌하지는 않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많은 독자들이 ”그냥 잠시 이상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 활동 후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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