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시끄럽다 책읽는 가족 56
정은숙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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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엔 이웃을 잘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 웬만한 큰 사건사고가 아니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지 못했고 동네 아줌마들하고 수다 떠는 건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6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이야기할 상대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들 학교 친구 엄마들, 어찌어찌 알게 된 엄마들과 잠깐 차 마시자고 모인 자리는 연예인 이야기, 이웃 이야기, 시댁, 남편, 아이들 이야기까지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다보니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저절로 알게 되었고 대부분의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는 이웃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는 재건축을 기다리는 백조 연립을 중심으로 근처 아파트는 물론 이웃한 다른 연립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근처 상가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모두 6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야기는 한편씩 따로 떼어 읽어도 재미있지만  한 편 한 편 차례로 읽는 것은 더 재미있다.
이미 다른 동화집에서 읽은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이지만 ‘우당탕퉁탕, 백조는 지금 변신 중’을 읽은 뒤 다시 읽은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현실감이 있다.

표지에 뽀글 머리에 이삿짐 상자 안에 아파트 단지를 이고 있는 뚱뚱한 아줌마는 진욱이 엄마이다.
속물스럽기도 하고 억척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파트 한 채 갖는 게 꿈인 가족을 사랑하고 그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어른이 쓴 동화이지만 부당하고 옳지 못한 어른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이야기는 사실감을 더 실어준다.
딸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나 엄마도 등장하고 이사 가는 통장 자리를 두고 속 보이는 행동을 하는 어른들도 등장한다.
거기다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아이들 눈에는 도저히 이해 못하는 행동을 저지르는 바흐베이커리 이야기도 아이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를 남겨줄 듯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에게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우리 아이를 ‘우리 아이 반장 만들기 속성반’ 같은 곳에는 보낼 생각도 맘도 없는 엄마이지만 마음 한 구석엔 자식만을 생각하는 미나 엄마의 모습이 분명 있고 한 번쯤은 팡팡 세탁소의 민석이 엄마아빠 같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누군가에게 떠벌리기도 했다.
너무 우리 사는 것과 달라 동화 속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금방이라도 엄마들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생명력 있는 이야기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실 뒷담화가 재미있는 건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때문이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닌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 더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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