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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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현대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시대물인 미야베 월드 제2막을 더 좋아한다.
그 중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흑백의 방에서 풀어놓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방을 나서는 등장인물들의 보며 세상 별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미시마야 시리즈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자는 단순한 청자가 될 수 밖에 없다보니 작가의 특기인 탐정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곤 했다.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새로운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
모시던 오캇피기 센키치 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리로 내몰린 처지가 된 기타이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장의 ‘붉은 술 문고’를 이어받게 된다.

기타이치는 문고를 팔기위해 시정을 돌아다니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효험이 있다는 그림을 받아 어렵게 낳은 아이가 죽고 그림 속 변재천님이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림을 받은 이들은 그림을 그린 술 도매상을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과연 기타이치는 그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지.

📚거짓말이란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는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언어로 들어간 것일 뿐이야. (p130)

어느 날 도시락 가게인 모모이에서 부부와 어린 딸이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해결을 위해 도신을 비롯해 검시의 달인인 구리야마 슈고로가 사건을 파헤쳐가고 기타이치도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기타이치는 특별히 뛰어나거나 대단한 청년이 아니다.
주위에 함께 사는 이들을 살피고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어려운 이웃을 최선을 다해 돕고 모시던 주인의 뜻을 이어받고자 노력할 뿐이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탐정 소설이 아니라 기타이치라는 젊은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겸손한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를 응원하는 센키치 대장의 아내인 마쓰바가 있고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도움을 주는 친구 기타지가 있다.
그의 심성을 아는 많은 이들은 그를 위해 크게 작게 돕는 모습은 혈혈단신인 그에게 내려진 축복처럼 느껴진다.

에도 시대 거리의 모습은 물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에서 기타이치는 얼마나 더 성장하고 공중목욕탕에서 불 피우는 일을 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기타지가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뛰어나지 않아 더 매력적이고 다른 이들과 함께 연대하는 기타이치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기타기타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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