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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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는지 모르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1977년 독일에서 출생에 미국에서 살며 유대인 남자와 결혼한 작가 ‘노라 크루크’에게 전범국인 고국이 어떻게 느껴질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가족의 역사를 되짚어가며 자신의 정체성 찾아가는 작가를 보며 처음엔 유쾌할 것 없는 사실을 굳이 알아서 뭐하겠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지나간 일을 무조건 덮는다고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지 한다.

그녀의 뿌리 찾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나치당의 가입했던 외할아버지와 소년병으로 전쟁에 참여해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전사한 아버지와 같은 이름의 프란츠-카를 삼촌의 자취를 찾아가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빌리 외할아버지는 스스로 동조자-용기와 도덕적 자세가 부족한 사람,무리를 따라다니는 동물-로 분류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당시 독일인들은 중대부역자-부역자-경미부역자-동조자-무혐의자로 분류해 관리되었다.
빌리 외할아버지는 여러 조사를 받게 되고 나치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역자로 분류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여러번의 심사 끝에 할아버지가 나치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음을 증언해 준 증인들이 등장해 다행히 동조자로 분류된다.

“금발에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고 활기가 넘치고 행복을 뿜어내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삼촌 프란츠-카를의 흔적을 따라가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버지의 이야기와 맞물려 더 가슴 아프게 한다.
히틀러 청소년단의 단원이었던 삼촌은 열여덟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탈리아에서 전사하고 만다.
고향과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 보내온 편지 속에 열 여덟 프란츠-카를 삼촌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에 걸린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국제 사회에 수없이 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교육하고 역사의 진실 앞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독일과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 생각하며 반성은 커녕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군대를 갖고 싶어하는 일본은 같은 전범국이지만 전혀 다른 행보를 걸으며 비교당하고 있다.
누구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기억하고’ ‘되돌아보고’’바로잡고’’바로 세우려는’(뉴욕 타임스)노력없이는 한 발자국도 역사의 현장에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역시 일제에 부역했던 자들은 호의호식하며 부를 누리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은 해방 후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 후손들 역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 나치에 동조했던 이들의 과거를 되짚어가고 죄를 묻는 과정은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이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점에 이렇게 죄를 묻지도 못하고 부끄러웠던 역사가 잊혀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진다.

그래픽 서사라 이름 붙여진 책을 읽으며 방대한 자료와 사진들이 남아있는 걸 보며 부끄러운 역사지만 결코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똑바로 서서 후손들이 다시는 그런 과오를 범하지않게 교육하는 독일이야 말로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는 가족을 둔 작가가 외할아버지의 자료를 찾으며 안심하면서도 의문을 갖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 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읽은 도서입니다.
깊게 읽고 자유로운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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