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가구의 멋 보림한국미술관 6
김미라 지음 / 보림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나무라는 게 인간보다 더 먼저 지구에 터를 잡았고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다.
본디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 산에서 나는 나무를 이용해 집을 만들고 그 나무를 이용해 밥을 하고 불을 때어 난방을 했으며 그 집에 어울리는 소박한 가구를 만들며 살아 왔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썩고, 불이 나면 타 버리는 나무의 성질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삶이 묻어있는 목가구는 점점 사라져버리고 박물관이나 고미술품 전문 매장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서 점점 멀어지는 우리 목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 목가구의 멋’을 만나니 참 반갑다.

내 어린 시절 기억에도 할머니, 엄마 시집 올 때 가져온 손때 묻은 반닫이와 부엌살림을 정리했던 찬장과 뒤주가 집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반짝반짝한 장롱이 들어앉았고 합판으로 만든 씽크대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게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린 목가구를 그대로 옮겨둔 책은 옛 향취와 자연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남자들이 기거했던 사랑방과 지체 높은 양반과 임금이 쓰던 특별한 가구, 여인들이 안방과 부엌에서 사용하던 목가구를 차례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로 박물관에 다녀온 것 같다.

학문을 닦는 건 최우선으로 여겼던 선비의 사랑방에 자리를 잡고 묵향과 함께 했던 목가구들은 차분하고 검소하다.
스님들의 책상이었다는 경상을 비롯해 산봉우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먹감나무 문갑과 벽에 걸어 두고 문서나 편지를 보관했던 고비와 오동나무 삼층 탁자 등은 선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또한 특별한 계층이 사용했던 가구인 소나무 평상과 접이식 의자, 남여 등은 그 시대의 신분에 따라 다른 생활 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여인들과 함께 했던 가구들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소박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경상도 이층장은 말할 것도 없고 화사하게 빛나는 자개 경대와 화각 빗접은 특히 욕심이 난다.
또한 부엌에서 쓰던 찬장과 소반들에게도 눈길과 손길이 간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백기름 바른 머리를 참빗으로 곱게 빗고 그 기름으로 반닫이를 닦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나무색이 그대로 살아있던 반닫이를 쓰다듬으며 할머니의 친정아버지를 기억하곤 하셨다.
할머니에게 반닫이는 단순한 가구가 아닌 친정아버지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던 추억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과연 그렇게 그리움이 서려있는 가구가 있나 살펴보았다.
낡으면 버려도 별로 서운하지 않은 어느 집에나 있는 장롱, 책장, 책상 등이 전부다.
바람이 있다면  소박한 경상 하나 만들어 나중에 우리 아들들이 나를 보듯 그 경상을 닦고 쓰다듬었으면 하는 마음이 문득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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