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그림을 통해 선비의 삶 속으로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 문인화 2 ㅣ 보림한국미술관 11
김현권 지음 / 보림 / 2007년 2월

작가는 신라의 유학자이자 대문장가였던 강수의 일화를 통해 선비란 ‘도리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라고 짧게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짧은 말 속에는 더 큰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다시 한 번 선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구나 선비가 될 수 없고 진정한 선비의 길을 걷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후대까지 그들의 일화가 전해지고 글과 그림이 높게 평가될 것이다.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되었던 선비가 그린 그림은 유유자적하며 욕심 없는 선비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문인화 감상이야 말로 선비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문인화하면 어렵고 왠지 부담스럽지만 선비가 그린 그림이라 풀이하면 한층 더 쉽게 다가온다.
고려시대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선비 그림을 통해 선비의 심성과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문인화 중 산수화를 다루고 있는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는 모두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 속의 선비(물아일체物我一體)를 느낄 수 있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는 너럭바위의 한 선비 모습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특이하게도 손가락을 이용한 지두화인 윤제홍의 ‘옥순봉’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선지의 기질을 잘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얽힌 사연은 그림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지금은 일곱 살인 딸이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갔을 때, 이 책을 보고 ‘아! 선비 그림은 이런 거구나’하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문장하나하나에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또한 문인화에 문외한인 사람이 재차 물어도 어떤 핀잔이나 꾸중 없이 다시 한 번 찬찬히 설명해 주는 아버지 마음이 들어 있다.
특히나 선비 화가를 그린 화가들과 미술 용어 풀이가 뒤편에 나와 있어 익숙하지 않은 인물과 용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다.

어렵기만 하던 문인화 감상이 끝나자 옛 선비들의 삶이 한층 가까워진 듯하다.
만약 기회가 되어 이인상의 ‘구룡폭포’ 앞에 선다면  ‘눈을 거의 감은 채 실눈으로 이 그림을 보세요’라는 작가의 말에 따라 지그시 눈을 감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