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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테러 - 노엄 촘스키와의 대화
노암 촘스키 지음, 존 준커먼.다케이 마사카즈 엮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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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정적 반미주의자인 나에게 노엄 촘스키의 강연과 인터뷰를 정리해놓은 [권력과 테러]는 가히 미국을 향한 또 다른 분노에 찬 외침과도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맞아, 맞아.'라는 말과 '에라, 이 죽일 놈들!'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있었다고 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물론 나 역시도 9.11테러가 아랍권에서 주장하는 '정의'의 한 방편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힘 없는 민간인들과 죄 없는 생명들에 대한 참혹한 학살이며,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잔악한 만행이다. 그러나 노엄 촘스키의 주장처럼 그것이 미국에 의해 선재된 테러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터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베트남, 그리고 아랍권-특히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자행한 온갖 전쟁과 전투들은 그저 힘을 가진 자들의 잔인한 논리에 의해서 그럴싸하게 포장된 파렴치한 악독에 불과할 뿐이다. 제아무리 그들 스스로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말이다.

그 어떤 위대한 명분이라 할지라도 전쟁이라 명명되어진 인간의 잔악행위들은 결코 용납되어질 수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희생된 죄 없는 생명들의 귀한 핏값에 대해 우리 모두가 마땅히 분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도처에서 참혹한 학살과 잔악한 만행들이 자행되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인간의 그치지 않는 못 된 욕망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악행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비참하게도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내 개인에게는 없다. 다만 그러한 악행들로 인해 선량한 생명들이 어떻게 스러져 갔는지, 그것을 이야기할 수는 있으리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참혹한 현실, 더러운 군화발에 짓밟힌 80년 광주의 넋들, 그리고 오늘 이 순간에도 동토의 땅을 넘어 먹을 것을 찾아 탈북을 감행하는 내 동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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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
조병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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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조병준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시인, 번역가, 문학평론가라는 그의 직함으로 보건데, 우리 사회에서 꽤 유명한 인사임에 틀림이 없을 텐데도 말이다. 어쩌다 그를 지금껏 모르고 지내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솔직히 [길에서 만나다]를 읽기 전에는 그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려 보기도 하고, 조병준이란 인물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그의 책 [길에서 만나다]를 다 읽고 난 지금은 차라리 이전에 그를 모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조병준이란 사람에 대해서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길에서 만나다]를 통해 그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가 길에서 그의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길에서 만나다]는 조병준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면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이것만 봐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을 소재로 한 책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다]에는 여느 여행기에서는 결코 쉽게 만나지지 않는 사람들이 숱하게 나온다. 나는 그 만남들 속에서 조병준이라는 인물을 보았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자신과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인정하지 못했던 자아를 다시금 발견할 수가 있었다.

바젤로 가는 기차간에서 만난 딘. 열다섯에 집을 나와 조그만 칵테일바를 차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왠지 가슴이 아렸다. 스스로를 스물일곱의 순례자라고 칭하는 초로의 배낭여행객 르네. 아비뇽행 기차표를 조병준에게 쥐어주면서 그가 했던 마음 넉넉한 이야기들은 코허리를 찡하게 울렸다. 그리고 보드가야의 어느 이름 없는 아이와 굼 역에서 아침식사를 먹던 한 가족의 이야기에 눈자위가 시큰시큰 아팠다. 이미 그들 모두가 [길에서 만나다]라는 책을 통해서 내 친구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병준, 그가 걸었던 길들 중에는 이미 내가 걸어본 길이 있고, 또 내가 꿈꾸는 길이 있고,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길도 있다. 그 숱한 길들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내가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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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같은 지혜들
우종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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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반가운 선물 하나가 나에게 날아들었다.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그만 제목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사지 못하고 있었던 책이, 우편배달부를 통해 전해져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동봉되어진 장문의 편지는 나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나무처럼 살기를 원하는 나무의사 우종영 님의 신변잡기적 수필집이다. 본래 나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무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짤막한 여러 개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주제를 갖고 한 권의 책으로 보기 좋게 어우러진다.

뭐랄까, 책이 통째로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뭐 하나 버릴 것이 없고,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해거리’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해거리’란 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고 해를 거르는 현상을 말한다. 어느 해 열매를 너무 많이 맺고 나면, 그 다음해 가을에는 어김없이 빈 가지만 덩그러니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건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한다. 열매 맺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에 그 모든 에너지를 재충전함으로써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한다니……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조차도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휴식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모든 나무들은 어김없이 해거리를 한단다. 살아남기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 한마디로 부럽다. 무조건 앞만 보고 내리 달려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터이다. 쉬어야 할 시간에는 휴식을 갖아야 하고, 걸어야 할 시간에는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터벅터벅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갖아야 할 것이다.

남들 눈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 몸뚱이처럼 보일 테지만, 더 나은 열매를 맺기 위해 과감하게 ‘해거리’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도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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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 흙으로 빚은 자서전 1
유동영 외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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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는 평생을 먹고살기 위해서 죽어라 고생만 한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사람 사는 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가지쯤 사연 없고 눈물 없는 生이 없다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남편 징병 보내놓고, 돌아오지 않은 이를 기다리며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온 선정마을 금산댁 할머니. 그렇게 8년을 살다 먹고살기 팍팍해서 남의 집 씨받이로 들어갔다. 말이 좋아 ‘작은 어메’지 그게 어디 쉬이 살아지는 자리던가? 그렇게 또 45년을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살림에서 그저 한 입이라도 덜어보자 하는 마음에, 아홉 살 그 어린나이에 친정살림과 별반 차이 안 나는 시댁으로 민며느리가 되어 들어온 물한마을 이씨 할머니. 며느리가 아니라 차라리 종살이를 살았다고 해야 옳을 듯싶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9살이나 많은 남편에서 열네 살에 시집이라는 것을 온 구수마을 이씨 할머니. 돈 한 푼 벌어다 줄줄 모르는 남편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면서, 11남매를 낳아 기르느라 허리가 굽어 곱사등이 되었다.

미친다. 그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삶을 풀어놓고 있다. 마치 당신들의 삶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이다.

모진 세상, 억척스럽다 못해 지독하게 살아온 당신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 따뜻한 情이 여전하고, 그저 넘치는 자식사랑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 힘들고 험한 세상에 대해 손가락질 한 번 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를 향해 원망하는 말조차 없다. 그저 ‘그때는 다 그랬어. 가난이 죄지…….’ 그 뿐이다.

오늘날 남의 탓하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조금은 배워야 할 덕목은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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