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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 흙으로 빚은 자서전 1
유동영 외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는 평생을 먹고살기 위해서 죽어라 고생만 한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사람 사는 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가지쯤 사연 없고 눈물 없는 生이 없다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남편 징병 보내놓고, 돌아오지 않은 이를 기다리며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온 선정마을 금산댁 할머니. 그렇게 8년을 살다 먹고살기 팍팍해서 남의 집 씨받이로 들어갔다. 말이 좋아 ‘작은 어메’지 그게 어디 쉬이 살아지는 자리던가? 그렇게 또 45년을 살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살림에서 그저 한 입이라도 덜어보자 하는 마음에, 아홉 살 그 어린나이에 친정살림과 별반 차이 안 나는 시댁으로 민며느리가 되어 들어온 물한마을 이씨 할머니. 며느리가 아니라 차라리 종살이를 살았다고 해야 옳을 듯싶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9살이나 많은 남편에서 열네 살에 시집이라는 것을 온 구수마을 이씨 할머니. 돈 한 푼 벌어다 줄줄 모르는 남편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면서, 11남매를 낳아 기르느라 허리가 굽어 곱사등이 되었다.
미친다. 그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런데도 할머니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삶을 풀어놓고 있다. 마치 당신들의 삶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이다.
모진 세상, 억척스럽다 못해 지독하게 살아온 당신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 따뜻한 情이 여전하고, 그저 넘치는 자식사랑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 힘들고 험한 세상에 대해 손가락질 한 번 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를 향해 원망하는 말조차 없다. 그저 ‘그때는 다 그랬어. 가난이 죄지…….’ 그 뿐이다.
오늘날 남의 탓하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조금은 배워야 할 덕목은 아닌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