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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평점 :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의 한국문학 서가에서는 김연수, 김영하 두 작가의 존재감이 유난히 뚜렷하다. 아래 위로 사이좋게 위치한 두 작가의 책들은 작품 당 권수도 많지만 그만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대출반납 회전율도 빠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어서인지 얼마 전 두 작가의 에세이가 나란히 출간되었을 때 선뜻 바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예약 신청을 했고, 두 달 가까이 지나서 내 차례가 돌아왔다. 먼저 받아든 것은 김연수의 <시절일기>.
30페이지를 채 읽지 않아서 ‘왜 이제 읽었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돌이켜보면 <청춘의 문장들>, <언젠가, 아마도> 등 작가의 다른 에세이들을 참 인상 깊게 읽었었다. 간사한 기억력.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태도다. 그는 소설가로서 이전에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글쓰기를 소중히 여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통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6p)‘기에, 그는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쓴다. 나 또한 조악하나마 매일 서평이든 일기든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또한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기에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실린 단편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이 너무나 씁쓸하고 아름답다. 그래, 이게 내가 김연수의 소설을 읽는 이유였지.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한 명뿐이라고, 그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326p)‘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을 찾았었지.
기대하지 않고 읽었지만, 기대했어야 마땅했던 에세이 <시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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