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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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를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드는 책이 없을 때 내가 찾는 작가가 몇 명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번역된 작품을 전부 읽지 않은 나만의 보물같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그중 하나다. <책을 읽어주는 남자>로 국내외에 잘 알려져있다.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에 녹아있는 철학과 서정. 지금까지 읽어본 슐링크의 거의 모든 작품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올가>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때 당연히, 최대한 빨리, 읽고싶었다.



역자 후기에도 나와있듯 <올가>는 단연 <책을 읽어주는 남자>의 연장선상 혹은 또 다른 면에 있는 듯하다. 아마 <책을 읽어주는 남자>를 인상깊게 읽은 독자라면 <올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세계 양차대전 시기를 중심으로 올가라는 여성이 주축이 되어 그녀를 스쳐지나갔던 헤르베르트, 아이크, 페르디난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 페르디난트의 1인칭 관찰자 시점, 올가의 편지 이렇게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단연 마지막 챕터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반전 아닌 반전도 숨겨져 있다.



올가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가난하게 자랐으나 명민하게 자기 자신과 주변 상황을 파악할 줄 아는 여성이다. 비록 그녀 평생의 연인 헤르베르트는 끊임없이 여행을 떠났다 그돌아오기를 반복하더니 영영 실종되어버리고 말지만. 올가가 그런 헤르베르트를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이 놀랍고, 그럼에도 그를 끝까지 사랑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올가의 단단한 마음은 <책을 읽어주는 남자> 속 한나와 겹쳐진다.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그 안의 개인의 삶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대단하다.



역시 배반하지 않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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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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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딸 그레이스를 지켜보기 위해 그들 가족의 뒷집에 사는 오텀. 그녀는 겉으로 완벽해보이는 그 가족에 가까이 가기 위해 아이 돌보미로 지원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와중 그 가족의 남편 그레이엄과 몇 년간 만난 내연녀 마르니가 살해된다.



강렬한 표지와 가정 심리 스릴러 소설이 읽고싶어 선택한 <훔쳐보는 여자>. 여름에는 역시 뜨거운 로맨스 아니면 서늘한 스릴러다. 이 소설은 후자로 예기치 못한 반전까지 선사한다.



가족이란, 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오텀의 불행한 어린시절과 딸을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 방탕한 마르니, 바람을 피우는 그레이엄, 완벽한 아내인척하지만 곪아가고있는 대프니. 사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레이엄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부여한 ‘완벽한 남편이자 아빠, 가장’이라는 역할의 무게에 심취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그. 자신의 문제를 문제라고 인정하지도 못하는 인물. 참 답답하다. 대프니에게 잘보이기 위해 설거지 몇 번 하고 뿌듯해하는 꼴이라니. 그가 마구 망가지기를 바랐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몇몇 설정이 다소 짜맞춰진듯한 느낌은 있지만 나쁘지 않다. 아이를 입양보낸 오텀과 세 아이를 키우며 완벽한 엄마를 연기하는 대프니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나타나 꽤 재미있다. 책을 덮을 즈음엔 결혼 자체가 스릴러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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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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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제목이 아프다. 김동준군의 이름이 적힌 표지의 노트 또한.



이 책은 은유 작가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 노동자들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타주 에세이다. 읽어내려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작가는 단순히 그들 죽음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고와 사회의 인식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내용을 넓힌다.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지만 나의 일이다. 알지 못하는 아이이지만 곧 나의 아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바뀌지 않고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절절하게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일상을 사느라 미처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일들을 멈춰서서 생각했다. 또 다른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겪지 않으려면 이러한 일들에 내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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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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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도서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중이다. 그러던 와중 운좋게 내게 도착한 <썸씽 인 더 워터 Something in the water>.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데뷔작인 스릴러 소설이다. 신혼여행을 떠난 마크와 에린은 바다 한가운데서 가방을 하나 발견한다. 그리고 그 가방에는 어마어마한 현금다발과 다이아몬드, 핸드폰, usb가 들어있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의 도입부는 강렬하게 독자의 관심을 휘어잡는다. 에린이 시체를 묻는다. 그리고 몇페이지를 더 넘길 무렵 우리는 알게된다. 에린은 그녀의 남편 마크를 묻고 있다. 대체 왜? 그 과정을 처음부터 추적해 나가는 것이 바로 소설 <썸씽 인 더 워터>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 에린의 심리변화다. 결혼 직전에 해고를 당한 마크, 그녀가 제작하고 있는 범죄자 다큐멘터리, 가방 발견, 그리고 그 가방을 처리하기까지 종횡무진하는 에린의 생각이 재미있다. 마크 몰래 일을 벌이기도 하고. 하지만 가장 짜릿했던 것은 역시 범죄계의 거물이자 에린의 인터뷰이이기도 한 에디 비숍과 주인공 에린의 만남이다. 세기말에나 있었을 법한 신사다움으로 무장한 에디 비숍. 그런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은 에린 뿐만이 아닐 것이다. 소설의 후반부에 걸쳐 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다.



그러나 소설 자체는 그럭저럭이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기존의 심리 스릴러 소설과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찾지 못했다. 이야기가 조금 더 치밀하게 짜여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 가볍게 읽을 페이지 터너 소설로 부족함은 없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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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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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새 옷을 입고 등장한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 세련된 표지와 단단한 만듦새가 인상적이다. 동네서점 에디션도 판매하고 있지만 일반판이 더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



의류 리폼 일을 하는 한아에겐 11년간 만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캐나다로 여행을 다녀온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 알고보니 그는 경민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녀를 짝사랑했던 외계인..?!?!



이 엉뚱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역시나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한아뿐인 외계인 경민의 사랑. 사랑을 부르는 이름이 되어버린 경민. 더 나아가 외계의 존재들과 환경을 향한 사랑. 끝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그런 사랑!



명랑하고 낯설고 귀엽고 재미있는 소설이지 뭔가. 믿고 읽는 정세랑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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