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되는 순간 - 메트로폴리탄 관장의 숨은 미술 기행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을, 미술과 전시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 <예술이 되는 순간>. 예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 필립 드 몬테벨로가 세계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예술에 대해 나눈 대화들이 실려있다.



전문적인 지식은 논외로 하더라도 두 인물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느끼는 순수한 기쁨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특히 런던의 미술관들과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이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월리스 컬렉션이 나올 때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으악. 너무 다시 가고 싶잖아.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여행 중에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라면 이 책을 읽는 자체로 황홀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예술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미술관 전시의 고질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큐레이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도 들어가있어 인상깊었다. 예를 들면 인증샷을 남기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모나리자와 반고흐의 자화상이라던지.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책의 물성이다. 종이의 질감과 글자의 자간과 행간이 이토록 만족스러운 책은 오랜만인것같다. 다소 무게감이 있긴 하지만 도판을 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마저 즐겁다. 뭐랄까. 종이책을 읽는 아날로그적인 기쁨을 선사해주는 책이랄까. 디자인하우스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보다 : 여름 2019 소설 보다
우다영.이민진.정영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믿고 읽는 소설 보다 시리즈. 가장 최근의 문학을 합리적인 가격과 구성에 받아볼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소설 보다 여름 2019>.



이번 책에는 우다영, 이민진, 정영수 작가의 소설과 인터뷰가 수록되어있다.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궁극의 소설 종류는 아니었으나 세 편 각각 형식, 문장, 이야기가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읽으면서는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우다영 작가의 소설집을 다시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쩐지 세헤라자데가 자꾸 떠올랐다. ‘RE:’의 경우에는 단연 문장. 이민진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누군가의 울음을 듣는 건 천장에서 새는 빗물을 받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사실 내게 가장 다가온 작품은 정영수작가의 ‘내일의 연인들’이었다. 서로에게 구원을 찾고자 한 그들, 구원이 필요했던 그들, 그리고 어쩐지 선배 커플과 겹쳐지는 그들. 이런 씁쓸한 마무리는 다 내 이야기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집의 백미는 인터뷰다. 꼭 놓치시는 일이 없기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다는 이야기를 간간히 들어왔던 터라 언제든 읽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집어들게 되었다. 엄지혜 작가의 <태도의 말들>. 페이지의 한 쪽에는 ‘말들‘이 다른 한 쪽에는 저자의 글이 실려있다. 구성의 간결함 덕분인지 한 번 손에 잡자 속도감있게 읽혔다. 문장에 담긴 깊이에 비해 너무 빨리 읽고 있나 싶기도 했으나 내가 책을 이렇게 읽는 걸 어쩌겠나 싶어 계속 읽었다.



과연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쌓기 및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어서인지 그 경험에서 나오는 말들이 깊게 다가왔다. 태도를 가진다는 것.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나 문득 돌아보기도 했다. 그럴듯한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더 많은 경험치를 쌓아야 할 모양이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비밀인데 나는 아직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물론 읽어본 척은 많이 했다. 그녀의 글을 에세이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그녀가 2010년부터 5년간 블로그를 통해 올린 글들이 총 일곱 챕터로 구성되어 나왔다. 표지에서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반려묘 파드의 이야기가 중간 챕터로 사이사이에 들어가있는 구성이 제법 귀엽다.



문장마다 이것저것 눈치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하는 용기가 느껴진다. 통쾌하고 재미있다. 어쩐지 수줍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다가도 어떤 문장에서는 소설가의 매서운 눈빛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이게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는 묘미겠지. 소소하고 솔직한 매력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노년과 페미니즘에 대한 글이었다. 마음에 와닿지 아니할 수가 없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꺼내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허연 시인의 만남. 딱히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궁금했다기보다는 이 시리즈에 대한 믿음으로 집어들었다. 사실 일전에 자자한 명성에 한껏 기대하고 <설국>을 집어들었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허연 시인의 문장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설국>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지의 소설‘이라면 전에 내가 읽었던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을 읽는데에도 타이밍이라는게 중요한 것 같고. 이 책의 절반 정도가 <설국>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되어있는데 그 부분을 지나는 내내 <설국>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갈증에 시달렸다.



죽음과 허무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꼿꼿함과 선연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여전히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들이 조금은 궁금해진다. ‘마계‘를 그려냈다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잖아!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