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일생 - 책 파는 일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에 관하여
야마시타 겐지 지음, 김승복 옮김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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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만큼 서점을 좋아한다. 특히 주인의 특색이 반영된 작은 서점들을. 위트앤시니컬, 라이프 북스, 땡스북스, 어쩌다 책방, 어쩌다 산책, 스프링플레어, 진부책방 스튜디오, 서점 리스본, 밤의 서점, 포스트포에틱스, 스틸북스, 고요서사, 보안책방 그리고 내가 가보지 않은 더 많은 곳들. (지금은 사라진 파크와 책방만일 정말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 서점들, 운영이 가능하긴 한 걸까? ​

일전에 출판사 브로드컬리에서 발간된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시리즈를 읽다가 마음이 아파서(!)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시점에는 이미 인터뷰한 서점들 중 몇몇 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 여기서 밝히자면 나도 언젠가 책이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게 뭐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는 걸 이 책 <서점의 일생>을 읽으면서도 느꼈다. ​

야마시타 겐지의 사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책은 굉장히 솔직하고 재미있다. 어 이 대책없는 사람은 뭐지? 싶다가도 대책이 없으니 일단 실행하고 고쳐나가는구나! 하고 이해가 간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 - 북큐레이션, 판매, 총판 등 - 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아서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

그런데 정작 저자의 서점은 문을 닫았다! 현재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일종의 편집샵을 운영중이라고. 역시 요즘같은 시대에 종이책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힘든걸까. 계속 생겨나는 동네 서점들이 서점보다는 인증 핫플레이스나 카페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게도 혹은 어쩔 수 없다고도 느껴진다. 어렵군. 일단, 한 명의 독자로서, 독립 서점에 가면 책 한 권씩은 꼭 구매하려는 나만의 다짐이라도 계속 지켜가기로. (내 통장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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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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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장을 펼치면 감사의 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조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읽고 ‘오, 세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곧바로 뒤집힌다. 이 책은 ‘존나 세다‘. 자기 자신을 파멸의 늪으로 밀어넣어 본 적이 있는 이들, 스스로를 방치하고 일부러 숨을 참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리디아의 이야기에 격렬히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디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때로는 모호하고 때로는 파편화되어있지만 글을 읽는 우리는 정확하게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은 분노에 찬 수영선수였던 어린 소녀가 어떻게 책과 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그녀가 폭력과 억압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솔직하고, 강렬하며, 진실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야말로 내가 읽고 싶었던 글이다. 여성이 자기 자신의 역사에 대해 풀어놓는 글 말이다.



개개인의 삶은 모두 다르지만 ‘생의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그것이 얼마나 큰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본인이 인지할 수 있는지, 이겨낼 수 있는지 등의 여부가 다를 뿐. 요즘 나는 ‘그냥‘ 살고 있는데, 그냥 사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안다. 극단적으로 나 자신을 방치했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에는 훨씬 못미치겠지만, 일어나서 읽다가 잠드는 이 생활이 나로서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어쩌면, 무기력의 순간을 지나 더욱 단단해진다면, 나도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숨을 참던 나날>의 마지막 장을 덮고 든 생각이다.



리디아 유크나비치는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나는 여전히 나다.‘라고. 그녀 인생의 모든 것들을 딛고 그녀가 써낸 ‘존나 센‘ 이 에세이를 많은 분들이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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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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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가르축. 수상자 발표를 듣자마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빌려왔다. <태고의 시간들>.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1996년 작품이며 국내에는 올해 초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번역 출간된 토가르축의 작품은 두 권으로 한 권은 그림책(<잃어버린 영혼>)이니, <태고의 시간들>이야말로 유일하게 읽어볼 수 있는 작가의 소설이다. (민음사에서 <방랑자들>이 출간 예정이고,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다수의 작품이 번역 출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가운 소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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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에는 태고라는 가상의 마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삼대에 걸쳐 그려져있다. ‘-의 시간‘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84편의 글들이 모아져 있는데 이에는 동물의 시간과 신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태고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지만 20세기에 일어난 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를테면 전쟁같은 것들 말이다. 다분히 소소하고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가 <태고의 시간들>에 펼쳐진다. 이 시간은 선형적이며 끝이 없다. 작가는 단 한 번의 인생이 아닌 끝없이 펼쳐지고 다시 계속되는 인생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

이 책을 읽는 도중에는 소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영화 <컨택트>가 생각났다. 그러나 정작 소설을 다 읽은 뒤 내가 느낀 감정은 영화 <패터슨>이나 영화 <인 디 아일>을 보고 난 뒤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인생의 굴레, 덧없음, 반복…. 앞선 두 영화가 일상의 반복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태고의 시간들>은 생의 반복 혹은 운명의 반복을 이야기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말에 혹해서 냉큼 집어든 책이었는데, 한 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었던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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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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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 소설은 제야의 일기와 그녀의 시점에서 바라본 상황이 3부에 걸쳐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중심은 2008년 7월 14일 당숙이 제야를 성폭행한 사건이다.



제야는 침묵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알리고 경찰서와 병원에 찾아간다. 하지만 가해자는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제야의 행실이다. 제야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그녀는 나아지다가도 무너지고, 무너지다가도 나아간다. 다만, 끊임없이 살아있다. 힘겹게 그러나 계속.



제야의 이야기는 단순히 소설 속 인물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 몇 년간 수면위로 올라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들과 매일 공포를 느끼는 여성들, 당신들과 나의 이야기다. 그런가하면 범죄를 저지르고도 끝까지 당당한, 소설 속 당숙같은 아주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닌 것 같은가? 정말?



참담하고 아프다. 하지만 제야의 목소리는 더 크게 더 강력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녀의 우울, 고통, 절망, 불편함, 두려움을 마땅히 모두가 알아야 한다. 제야의 이야기를, 여성들의 이야기를 외면당하지 않기를.



읽는 동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제대로 살고싶다’는 제야의 말을 기억하기로 한다. 제야가 되어 문장마다 그녀를 꾹꾹 눌러 담았을 작가의 마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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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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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의 한국문학 서가에서는 김연수, 김영하 두 작가의 존재감이 유난히 뚜렷하다. 아래 위로 사이좋게 위치한 두 작가의 책들은 작품 당 권수도 많지만 그만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대출반납 회전율도 빠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어서인지 얼마 전 두 작가의 에세이가 나란히 출간되었을 때 선뜻 바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예약 신청을 했고, 두 달 가까이 지나서 내 차례가 돌아왔다. 먼저 받아든 것은 김연수의 <시절일기>.



30페이지를 채 읽지 않아서 ‘왜 이제 읽었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돌이켜보면 <청춘의 문장들>, <언젠가, 아마도> 등 작가의 다른 에세이들을 참 인상 깊게 읽었었다. 간사한 기억력.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태도다. 그는 소설가로서 이전에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글쓰기를 소중히 여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통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6p)‘기에, 그는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쓴다. 나 또한 조악하나마 매일 서평이든 일기든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또한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기에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실린 단편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이 너무나 씁쓸하고 아름답다. 그래, 이게 내가 김연수의 소설을 읽는 이유였지.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한 명뿐이라고, 그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326p)‘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을 찾았었지.



기대하지 않고 읽었지만, 기대했어야 마땅했던 에세이 <시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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