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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평점 :
˝이름을 기억할 것.˝ 그리고 ˝낙관할 것.˝(‘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이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어서겠지. 기대를 가득 안고 읽은 한정현의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내가 다독하는 이유는 정독할 책을 골라내기 위함인데(<공부란 무엇인가>로부터 배운 것.), 이 소설은 정독할 책 리스트로 옮겨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다. 한정현의 소설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준다. 독자로서 앞으로 어떤 여정을 함께하게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이다.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서는 느슨한 연작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는 여덟 편의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땅의 역사가, 나의 조상의 역사가, 나의 부모의 역사가 결국 나에게 깃든다는 것. 그리고 영영 서로를 모를 타인인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끝없이 변주되는 연결점들이 각각의 소설에 들어가 있다. 소설들은 때로는 치열한 탐구의 형식으로, 때로는 어렴풋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형식으로 쓰여져있다. 이 책은 여성, 성소수자, 재외국민 등 소수자인 이들과 그들의 정체성, 그들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그 시간을 살았던 이들, 그리고 지금의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소설집이다. 결국에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결국에는 낙관의 힘을 믿게 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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