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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나에게) 상처 주고도 아닌 척했던 날들에 대해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평점 :
40대, 여성, 백수, 싱글.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는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저자가 자기 자신의 주체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있다. 요즘 같은 시기 집콕하면서 읽을만한 최적의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조금 읽다가 덮어둔 이 책을 어제 우연히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그만둔 이유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순식간에 몰입해서 읽었다.
저자는 홧김에 퇴사를 감행한 뒤, 변화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랩걸>을 읽으며 모든 것을 걸고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는 식물의 자세로부터 배움을 얻고, 림킴의 새 음악을 들으며 40년 넘게 불안으로부터 도망쳐온 스스로를 새롭게 돌아본다. 이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스스로를 새롭게 알아가기에 늦은 때란 없음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에는 스스로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게 되고.
무엇보다 유려하고 재치 넘치는 문장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겉치레 없이 그냥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저자에게서는 왠지 ‘쿨한 언니‘의 분위기가 난다. 게다가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책, 영화 등 문화적 레퍼런스들도 가득하다. 이미 읽은 책들도 저자의 문장들 사이에서 새롭게 만나니 다시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 속의 문장 뒤에는 치열한 독서와 고민이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고.
P.S. 행간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도 위트 있고 귀여워서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나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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