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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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멈추지 않고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 것 두 가지만이 가능할듯하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학대 등 온갖 폭력들로 고통받아온 이브 앤슬러가 ‘만약 아버지가 나에게 사과편지를 쓴다면‘을 가정하고 쓴 글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듯이. 저자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다. 왜 저자는 영영 받을 수 없는 사과편지를 써야만 했을까?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녀 스스로가 비로소 자유로워지기 걷위해서다. 상처를 기록함으로서 더욱 더 그녀 자신이 되기 위해서다.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괴물이 된, 그런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걷어차버린 가해자. 끝끝내 살아남아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해내며 성찰과 자유로 향하는 생존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쳐버린 사람과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자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브 앤슬러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집요하게 파괴당한 ‘이전의 삶‘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계속 무너지고 미끄러지며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렸을 ‘이후의 삶‘. 그저 책을 읽었을 뿐인 나도 읽은 뒤 며칠 간 일상생활이 어려웠는데 당사자인 저자는 어떠했을 것인가.



이 책의 특별함은 도저히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일을 저자가 해냈다는 것에 있다.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고, 그 고통을 준 사람을 응시하고, ‘왜 그는 가해자여야 했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받지 못한 사과 편지를 쓰는 일 말이다. 나는 이 책이 쓰여졌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감히 품위와 숭고함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린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지조차 못하는 가해자들에게. #비비안추천도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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