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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 틀 너머의 이야기
한수희 지음 / 어라운드 / 2020년 9월
평점 :
어라운드 매거진에 8년간 책과 영화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가 그중 22편의 글을 책으로 묶었다. 제목은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글쓰기란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라는 프롤로그에 마음을 빼앗겨 그만 끝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저자의 일상, 생각, 고민이 스며들어있어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인데, 좋아하는 책과 영화가 잔뜩 등장해 더욱 신나는 마음으로 읽었다.
가장 와닿았던 글은 역시 ‘정원사의 시간‘(55-62p). 한 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정원사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정원사의 재능이란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리하여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자기만의 철학을 얻는 것! 어쩌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원을 가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소개된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은 몇 년째 리스트에만 있는 영화인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곳곳에있었다. 특히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보다 고통이 더 큰 일일지도 모른다‘(96p)는 문장과 ‘삶이 틀안에 갇혀있을 때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문장은 냉큼 적어둘만큼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글은 흐릿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을 분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실패, 행복, 두려움,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 아닌가. 결국 이 책은 저자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관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소소하지만 사소하지는 않은 글들, ‘본문에서 하지 못한 진짜 속마음을 담은‘ 추신과 같은 글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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