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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이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는 가부장적 제도에 전면으로 부딪히여 여성 해방론을 주장했고, 3.1운동때는 여성들의 참여를 앞장서서 조직했다. 때에 따라 정치적 야망을 숨기기도 했으나, 그는 언제나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사회적 실천을 행했다. 그러므로 정치를 ‘몫없는 자들의 몫‘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할 때, 명실상부 나혜석은 정치인이다. 이 이야기로 서문을 여는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는 다양한 시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21명의 여성 정치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 속에는 직업 정치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있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애멀린 팽크허스트부터 타이완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반전운동을 펼쳤던 예술가 케테 콜비츠까지. 모든 이야기가 고무적이었지만 꼭 기억해두고 싶은 것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인 린드그렌은 ‘어떠한 경우에도 작가는 세상과 고립될 수 없다‘며 맹렬하게 정치적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는 평생을 지지했던 사회민주당의 조세 정책이 잘못되었을 때 날카롭게 비판했고, 체벌 교육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으며, 동물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린드그렌 법‘ 재정의 근간을 만들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문학과 정치를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라 말했던 린드그렌의 꿋꿋한 태도가 주는 울림이 크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고 있든 정치는 결코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뇌인다.
21명의 여성 정치인들이 처한 상황과 꿈꿨던 이상은 제각기 달랐으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질 논란에 맞서며 최초의 여성 국무 장관을 역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특별한 장애인‘으로 취급받기를 거부하고 사회적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던 헬렌 켈러, ‘여배우는 장관이 되면 안된다‘는 여론을 뒤엎고 문화부 장관이 된 멜리나 메르쿠리를 떠올려본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멜리나 메르쿠리의 말처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정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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