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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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렇게도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며, 그 이야기를 꺼내어 다른 이의 이야기와 연결해나갈 때 비로소 삶이 완성된다고. 그제서야 나의 삶이 우리의 삶으로 확장된다고. 그때 삶은 곧 사랑이 된다고. 그렇다면 삶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 듣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는 셈이다. 잘 말하고 잘 듣는 것. 그게 전부! 매일 매 순간 더 잘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꼭 함께 읽어보자 권하고 싶은 책, <슬픈 세계의 기쁜 말>. 정혜윤 PD의 신작이다.



삶과 죽음 사이, 매일매일을 정성들여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내가 자유입니다‘라고 말하는 어부, 일흔이 넘은 나이에 글을 익히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는 할머니, 꽃이 필 때의 행복을 힘껏 누리는 저자의 어머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혼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반짝이는 일상의 아름다움이나 찬란하고 고아한 자연의 정경같은 것들. 나와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언제나 배울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러니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세상은 변해야 하고 우리는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234p)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의 슬픔과 고통에 귀기울이고 그것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말아야한다. 위로와 공감을, 연대를 이어나가야 한다. 재난과 참사 앞에서 잘 말하고 잘 듣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때 사랑이 피어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목소리 뿐‘이므로. 이야기를 전하고 전해서 더 이상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나누는 마음. 그 마음 속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기꺼이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있다. 우리가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고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들이 적어나갈 앞으로의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틸 뷰티풀.˝ 그러니까 언제나 삶은 아름다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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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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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중문화 콘텐츠는 변화하는 시대의 감수성을 따라가고 있는가? <어제 그거 봤어?>는 드라마, 예능, 영화, 다큐, 애니를 여성주의적으로 살펴본 에세이다. 저자는 냉정하게 그러나 사려깊게 대중 문화의 흐름을 조명해낸다. 그는 이제껏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문제조차 되지 않았던 것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뜯어보자고, 과연 우리가 매일 보는 콘텐츠의 젠더 감수성이 올바른 균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는 영상 속 드러난 젠더 감수성의 취약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를테면 <고등래퍼3> 우승자 이영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타자화된 상황, <SKY캐슬> 속 피해자화되어 남성들을 성숙하게 만드는 도구로 이용된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말미에는 스스로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이 들어가 있어, 관념을 깰 수 있는 것도 좋았던 포인트다.



그러나 내가 가장 즐겁게 읽었던 부분은 여성들이 서로를 이끄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검블유> 속 두 직장동료의 독립적이면서도 애정어린 관계, <달리는 사이> 속 서로의 속도대로 함께 달리는 다섯 여성들, <캠핑클럽> 속 과거를 속시원히 인정할 수 있을만큼 자유로워진 핑클 멤버들. 여성간의 사랑과 연대가 이토록 정확하게 그려진 프로그램들이라니. 대중 문화 콘텐츠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대중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문장마다 애정 가득한 독려와 문제제기가 가득하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던 영화, 드라마, 예능 속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 이 프로그램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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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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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의문은 이것이다. 시를 배울 수가 있나? 문학을 배울 수가 있나? 마음속에서 길어낸 진짜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내면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을 누가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내면으로의 길은 각자 걸어야겠지만, 쓰는 것도 각자 해내야겠지만, 앞서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이 밝힌 불을 따라갈 수는 있다. 그런 등불이 되어주는 책, 바로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시를 쓴다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한데 성큼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지는 못한 채 문가에 서서 서성이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시와 글쓰기와 삶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고, 쓰는 사람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섬세하고도 다정하고 단단한 저자의 문장은 은은한 빛이 되어 독자를 이끈다. 저자가 비추는 등불을 살금살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쓰는 이의 세계에 도착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그저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를, 용기내 꺼내고 싶은 마음을 찾게 될지도! 책을 덮을 때쯤이면 온 몸과 마음이 ‘쓰는 기분‘으로 가득해질지도 모른다. 꼭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쓰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시는 ‘태어나는 것‘이자 ‘감각되는 것‘.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건 그야말로 애씀 없는 애씀. <쓰는 기분>에는, 드넓고 풍부한 시의 세계를 바로 그 안에 머무르고 있는 이의 목소리로 만나는 희열이 있다. 시의 세계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과 모과 모임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얼마나 마음이 설레였는지. 이제 나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영원히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혼자라서 아름다운 전사‘들의 이야기라면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책장을 덮고 ‘쓰는 기분‘으로 충만해진 나는, 이제 나만의 ‘생각하면 좋은 것‘들의 목록을 흥얼거리며 시인의 탄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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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화살 - 작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꿨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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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세계를 뒤덮었는지, 이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면 꼭 선택해야할 책.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의 <신의 화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이 책만큼 사려깊고도 풍부하게 바이러스와 인류의 미래를 짚어낸 책은 없을 듯하다. 저자는 바이러스의 시작부터 유행 과정과 전망까지를 심리학, 사회학,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어느 한 쪽의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그러나 따뜻하게 인류의 미래를 바라본다.



‘2020년에 벌어진 사건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일 뿐이다.‘ 라는 문장은 바이러스 창궐 이후 일상을 잃은 우리들에게 뼈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역사상 전염병은 계속해서 찾아왔고 그때마다 인류는 변화의 계기를 맞이했다. 저자는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명료한 언어로 바이러스 창궐 원인과 미국 중심의 대처 방안을 분석하면서도 재난 상황에서 빛나는 인간의 이타적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어떤 바이러스도 인간의 ‘이타적 행동, 협력, 교육 능력‘을 해치지 못했다고. 전염병은 필연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만들지만, 그것이 마음과 마음의 거리마저 좁히지는 못한다. 저자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모든 전염병 유행기에 인간은 선행과 연대의 행동을 보여왔음을 보여준다. 이번 코로나 판데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고.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야말로 바이러스와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며 변화의 열쇠다.



저자의 문장을 따라가노라면 지난 1년 반 동안 전세계가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해왔는지는 물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또렷한 윤곽이 보인다. 저자는 당분간 백신 접종 이외에도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집합 금지 등으로 다면적인 접근을 해나가야한다고 독려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인류 곁에 남을테고 인류에게는 그로부터 야기된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라는 과제가 남아있을거라고. 그러나 인류는 이미 발빠른 감염 예방책과 백신 개발로 빠르게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다시금 한국을 찾아온 4차 대유행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즘, 저자의 명쾌한 분석과 전망은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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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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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3년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집을 떠난 뒤 홀로 두 아이를 기르며 생계를 유지해야했던 에이미 바일러. 일과 육아에 지친 그녀에게 완전한 휴식의 시간이 주어진다. 갑작스럽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돌아온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채로 뉴욕으로 향하게 된 것! 그야말로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새 삶을 살아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탈.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에는 한 싱글맘의 답답한 현실에서의 탈출이 유쾌하고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비단 주인공 에이미 한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현실의 삶이 녹록치 않을 때 이 삶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있으랴. 그런가하면 탈출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재빨리 쟁취하는 것도 능력! 에이미는 친구 탈리아의 감독 아래 ‘맘스프린가‘의 아이콘이 된다. 여성들에게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라는 짐을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이콘. 정말 어딘가 있을 법한, 누구나 꿈꿔봤을 법한 현실 탈출 스토리다.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에밀리의 직업이 도서관 사서라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 책을 사랑하는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으니!



그저 재미있는 소설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결말 부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다. 현실이 감옥같아서 현실을 벗어나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화려한 삶을 살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흔히들 ‘아니다‘라고 답하며 주인공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결말을 그리겠지만, 이 소설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에는 ‘형체없는 빈 껍데기‘인줄로만 알았던 삶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현실의 무게와 나다움의 자유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간만에 가볍고 즐겁게 읽히면서도 생각해볼 거리도 안겨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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