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고르기 동화는 내 친구 59
채인선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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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자신의 선택으로 태어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존주의자들은 이런 인간의 실존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세상 속에 던져진 존재", 즉 피투자(被投者)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고를까? 부모의 관점에서 태어날 아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아기의 관점에서 부모를 고른다는 것이 이 작품의 아이디어이다.

 

이야기는 박준형이라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아빠를 고르게된 사연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태어나기 전 하늘나라의 모습이 그럴듯 하게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보모인 선녀들이 컴퓨터를 활용하여 아빠 후보들을 물색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태어나기전 박준형이는 자신의 아빠 후보 네 사람을 차례로 살펴본다. 첫번째 아빠 후보는 부자이지만 돈을 최고로 치는 사람이었고 두번째는 외모를 최고로 치는 멋쟁이지, 세번째는 공부벌레, 네번째는 술고래이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이 커지는데 우연히 컴퓨터 휴지통에서 다섯번째 아빠 후보를 발견하는데 박 아무개씨로 33세, 아기도 싫어하고 아빠가 되는 것도 싫어하고 아이 없이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려ㅓ 하고 현재 아내와는 별거중이라는 프로파일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추머리에 끌려서 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가운데 그의 진심을 알아낸다.

박 아무개 씨는 아이가 정말 싫은 것이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 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아빠를 반기는 아기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이 진짜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별거중인 아내에게 전화하여 화해를 요청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태어나기 전 준형이는 그의 아들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기준은 재산도 아니고 외모도 아니며 아이큐도 아니다. 아기를 진정으로 기다리고 사랑하는 마음,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열망 그것이었다. 다음은 준형이가 아빠를 고르고 나서 지은 아빠노래다.

 

<휴지통에서 건진 내 아빠>

휴지통에서 건진 내 아빠

아기를 싫어했던 내 아빠

하지만 운명인지 우연인지

우리는 아빠와 아들로 만났다네.

랄랄라 랄랄라 배추머리 아빠

내가 고른 아빠니까 내가 책임져야 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아빠는 내 아빠.

 

부모 자식지간을 가리켜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뜻이다. 부부관계가 무촌이라하여 가장 가깝다고 하지만 헤어지면 완전히 남남이 되는 데 반하여 부모자식지간은 2촌지간 이지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 때문에 사람이 임으로 끊어낼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서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꾸어야한다. 내가 누군가의 아버지인 것처럼 고유하고 소중한 지위가 또 있을까.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점 역시 나의 선택일 수 있으며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확실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준형이의 입을 통해서 말한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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