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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샹즈 ㅣ 황소자리 중국 현대소설선
라오서 지음, 심규호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2월
평점 :
희망으로 가득차고, 열심히 땀을 흘리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삶을 대하던 젊은 상자는 사회의 부조리를 만나며 점점 타락하게 된다. 힘들게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에게 시련은 반복된다. 삶이 원래 부조리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 삶의 부조리는 가난하고, 낮은 사람들에게 확대되어 나타난다. 사람들은 봉건과 야만을 규정하며 진보와 문화를 외치지만 삶은 도리어 점점 더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인간들은 자신을 야수 가운데서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또 인간이 자신의 동류들을 야수 속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상자는 문화의 성 북평에서 계속 살아가면서도 점점 짐승으로 변해가고 말았다. 결코 그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부조리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개인은 꿈과 희망에서 바람을 빼 자신만을 위하여 살기를 다짐한다. 자신만의 인력거를 가지고,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싶어 한다. 담장을 치고 그 담장 안의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을 만나 그 노력이 얼마나 힘이 없고 초라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 오히려 삶을 내던지게 된다.
예의 바르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꿈에 부풀기도 했으며 이기적이며, 건장하고, 위대한 우리의 상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남의 장례대열에 섰는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에 그 자신을 묻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타락하고 제 잇속만 차리는 불행한 자신을. 사회의 병폐가 빚어놓은 결과이고 개인주의의 말로가 만들어 낸 영혼.
그리고 상자의 몰락은 다만 100여 년 전 북경에서 있었던 비극이 아니다.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이기(利己)로 넘치는 만큼 개인의 불안과 절망도 팽배해 있다. 이 불안 속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만의 인력거를 가지려 노력하지만 머리위로 비는 계속 떨어진다. 그리고 잠시 손을 놓으면 밀려나 버린다. 절망이 반복되면 그 처절하던 삶의 의지는 어느 순간 허무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기와 파멸은 개인주의의 양극단인 것이다. 결국 열심히 살면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오늘날에는 반복되지 않는 과거의 신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