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여자
홍잉 지음, 김태성 옮김 / 한길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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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여자아이

  나는 이상한 여자아이다. 자존감으로 똘똘 뭉쳐있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러니까 내가 살고있는 지금,여기서는 너무나 이상한 아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나를 밀어내 지킬것 하나 없어도 살아있는게 너무 힘들다.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사람들의 추억을, 선택을 이해하려 해도 남는 건 억울함 뿐- 나는 더이상 버릴 것이 없는데 아무것도 나를 긍정하지 않는다.

 

 나를 만든건 팔할이 굶주림이다.

  사실 나를 만든건 굶주림이다. 나는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그 혹독하던 기아를 겪었다. 꿈에 부푼 중국을 휩쓴 3년간의 기아는 그 굶주림을 경험한 사람 모두에게 결핍감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러니까 나의 경우에 이 결핍감은 태생적이다. 7할이 천재이고 3학이 인재라는 비판을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한 말일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뒤틀린 사회는 광기를 불러일으켰고 인간은 인간의 얼굴을 감추었다. 누가 누구를 돌봐줄 수 없는, 돌봐주지 않는 시간은 굶주림을 배고픔 이상으로 넓힌다.

기아는 나의 태교였다. 우리 모녀가 살아오는 동안 기아는 나의 뇌리에 선명한 낙인을 남겼다. 엄마가 나의 영양을 위해 얼마나 참중한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 안정된 몸 전체와 젊은 외피는 하나의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사상은 언제나 완고하게 한 가지 고뇌에 얽매어 있었다. 어째서 나는 항상 자신이 남아도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p.66)

 

나는 매일 이곳에서 도망친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나기로 한다. 이 곳은 내가 머물 곳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도망쳐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그건 하늘의 별 같은 꿈이다. 아무도 나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구원을 가져다 줄 것같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은 떠났고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 모두는 다만 이 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몽상같은 것-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줄곧 병태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그런 비관을 좋아했다. 나는 스스로 그런 동병상련의 감정을 뜨거운 사랑으로 전환시켜 순결하고 고귀한 감정을 만들어냄으로써 저속하고 희망이 없는 빈민가에서 날 구해내고 싶었다.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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