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매혈의 추억

  이 이야기는 피를 파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피를 판다는 것은 단순히 행위 자체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상징과 금기가 얽혀있다. 처음에 마을사람들은 피를 판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의 체온을 가진 검붉은 액체는 그들의 기운이었고 그들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과 금기는 더 큰 욕망을 만나자 매매가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일부를 팔아 욕망을 채우는 것, 여기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람들의 공동체

미친듯이 피를 팔아대던 사람들은 모두 에이즈에 걸린다. 마을에는 사람이 죽어나고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병에 걸린 사람들이 하나둘 학교에 모여 함께 산다. 곡식을 모으고 같이 밥을 지어먹고, 물론 이런저런 소란이 생기지만 사람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해나간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그곳에서 안식을 얻는다. 

 
 나는 환상을 보았네

하지만 이러한 공동체는 아주 사소한 욕망을 시작으로 깨지게 된다. 이제 마을엔 죽음을 앞둔 시체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욕망의 덩어리들만 산다. 마을을 지켜왔던 사람들과 나무들은 사라져간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는 절망적인 순간에 꽃처럼 환상이 핀다. 평원의 땅위에 신선한 꽃이 가득피고 땅 밑에는 황금이 맺히는 광경, 진흙인간들이 다시 태어나 새롭게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는 광경, 희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요원한- 환상 같은 것, 


조용하고 말없는 대지 위에 가늘게 지지 하는 소리가 울렸다. 예전에 가을이 찾아올 때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평원 위에 완전히 씨가 말라 버린 풀들이 다시 살아나는 소리였다.(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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