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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평점 :
아침도 혹은 저녁도 아닌 그 시간, 새벽.
상처와 위안, 기쁨이 교차하는 그 시간, 새벽.
나만의, 시간 새벽의 이야기.

저는, 하루 중 새벽 2시에서 3시로 가는 그 시간 새벽이 아주 오기 전 혼자 깨어있는 것을 즐깁니다. 그 시간은 제게 가장 고요한 시간입니다.시간의 어디쯤, 무언가 비어있는 듯 차있는 시간에 혼자가 되면, 사람들은 각기 즐기는 것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그리고 혹은, 시간의 위안을 받아서 음악을 듣고 그리고 그림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남의 편지를 읽는 것은 묘하다. 타인의 사생활을 엿본다는 약간의 죄책감이 평범한 내용을 은밀하게 만든다." _본문 129p
살짝 누군가 혼자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떨까를 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가 열어서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 1시 45분이라는 살짝 묘한 시간의 누군가를 보면서 또, 나를 봅니다. 나는 혼자일 때 어떤가를요.

앙리루소, 꿈
저는, 이 앙리 루소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제 눈길을 끈 그림들이 앙리 루소였으니까요. 그런데, 전 늘 이 "꿈"이란 그림을 왜 잠으로 알까요. 아마도, 나른한 그녀의 모습이 꿈을 꾸는 잠을 연상시키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혼자의 시간이 아주 불리할 때도 있지만 _ 미스터리 소설처럼 혹여 사건이 일어나고 알리바이 성립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주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그건, 다친 내 마음에 위안을 주기 때문이죠. 아마, 꿈을 잠이라고 읽는 것은 그 시간,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잠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칼 라르손, 엽서를 쓰는 모델
표제의 그림인, <엽서를 쓰는 모델>입니다. 저렇게 벗고 편히 엽서를 쓸 수 있는 일은 아마도 또 혼자만의 특권인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나신이 아름답지 않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놓을 수 있는 시간, 내 모습이 어떻든 상관치 않는 시간, 그리고 무엇을 해도 누군가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로울 수도 있지만,
그래서 외롭지 않은 시간입니다.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또 성장합니다. 예전엔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 비행기 조종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그가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이죠.
저는, 여우가 신경이 참 쓰였습니다. 여전히 여우가 신경이 쓰이고 그만큼 또 장미의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있을 장미가 말이죠.

악기 하나를 하고 싶다면, 첼로를 하고 싶다던 생각은 어쩌면 다른 날의 새벽 1시 45분엔 피아노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 피하고 싶다면 즐기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즐기는 법"은 정작 왜 가르쳐주지 않느냐는 말에, 쿡쿡 웃었습니다. 그러게요 청춘이니까 아파야 한다는 것처럼 도대체 즐기라고는 하지만 막상 닥쳐온 것들에 그렇게 즐길 방법은 가르쳐 주질 않습니다.
책은,
"혼자를 선택하는 시간"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더는 숨지 않고 나다움을 찾을 때"까지 홀로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칭찬이든 비난이든 내가 "혼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내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나를 구성하는 그 둘은 함께 양말을 벗고 편안하다. 인상에서 그들이 갈등하고 다투느라 쌓였던 미움이 조금씩 녹아간다" 본문 22p
"그리스어의 회귀와 슬픔, 고통이 결합된 단어 노스탤지어는, 이곳이 아닌 과거의 다른 장소, 시간, 상태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의 좌절에서 비롯한 말이다. 즉, "그때 그곳에 있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150p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어쩌면 혼자 일 때 가장 적나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것은 내가 내 자신과 대면하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요. 굳이, 새벽이 아니더라도 굳이, 그림과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음악이 아니더라도요. 그저, 차 한 잔의 여유 정도라도 말입니다.
"커피 한 잔이래 봐야 몇 모금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몸 안에는 커피의 향과 맛이 가득하다. 그 여운을 말끔하게 누린 다음, 일상으로 돌아온다" 본문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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