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유키 쇼지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국의 정취는 사람의 마음을 한가로이도 하고, 때로는 향수에 흠뻑 젖게도 만듭니다. 묘합니다. 그저, 잠시 내나라에서 떠나왔을 뿐인데도요. 그리고, 그보다 더 묘한 건 이 나라가 그저, 평화롭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내전중인 나라, 사상과 이념이 늘 충돌하고 있는 나라임에도 제 나라가 아닌 이방인이기 때문에 또 그럴지도, 라는 생각을 하면 어딘가 묘한 쓸쓸함이 베어나온답니다.

그제서야 이름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 이름과 그들의 이름은 또 다릅니다. 발음도 다릅니다. 쓰는 언어가 다르니, 당연할 밖에 없는데 어쩌면 그들과 자신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외모인데도 다른 말을 그리고 다른 나라니 당연한 나뉨인데 말이지요..

누군가의 이름,그것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특히나 타국에서, 그것도 꼭 알아야 할 이름이며 몰라야할 이름요

누군가의 이름,그 안에 숨겨진 많은 것들이 있을 때가 분명,또 있습니다.아주 단순한듯, 아주 특별하며 복잡한 이름이요

- 그 이름 때문에, 어쩌면 내가 아는 사람들을 구할 수도 그리고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이름 때문에, 어쩌면 내가 살 수도, 혹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 살 수도 있는 이름이 있습니다. 겨우 이름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러다가 문득,

베트남 그곳을 가로질러 흐르는 메콩강을 봅니다. 저 강이 언제부터 저 이름이였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 이름의 기원을 물으면 알 수 있을까요? 아뇨, 그저 메콩강은, 메콩강이고 오늘도 그저 흘러갈 뿐인 것을요.

하지만, 우리에게 "이름" 이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이국의 어느 곳에서 서성이며 이방인이 된 사람에게는

이름이란 것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_ 인 것이지요. 그 불안정한 세계의 어딘가쯤에서 말입니다.

오늘,

조금은 조용한 듯 하지만 실은 무척이나 시끄러웠던 그리고 평평한 듯 하지만 무척이나 가파른 그 베트남 하노이로 우리도 숨어 가볼까 싶습니다.

-_-;;;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이하 고메스)는 유키 쇼지의 작품이다. 저도, 처음 들어봤으나 현대 일본소설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메스" 는 동양에서는 그다지 없는 - 혹은 찾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스파이물" 이다. 배경은, 베트남. 그리고 1960년대 아주 혼란한 시기, 그러면서도 정말 이방인에게는 그게 느껴지지 않는 나라, 혹은 그들조차 잘 모르는 그때,인 것이다.

베트남의 하노이, 그 곳이 배경이다. 나는, 이 나라가 아파왔다. 그건 우리나라의 상황과 겹쳐서 그럴 수도 있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곳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태연히 말하고 있는 화자는 묘하게 일본인이다. 그래, 그의 말대로 어쩌면 전쟁이란 그저 정치가들의 파워게임인지도 모르지만. 베트콩/베트남으로 나뉜 상황도, 식민지도, 아직 열국들이 그 나라를 간섭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마지막쯤 가서 그들이 서로에게 겨누고 있는 총구도 어쩌면 그리 비슷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스파이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긴박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되려 굉장히 정적이다. 이 곳으로 부임온 나, 사카모토는 친구인 가토리의 행방이 묘연해짐이 궁금해지고, 그러면서 일이 휘말리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가토리를 찾는 이유는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의 입을 빌자면 "사랑" 밖일지도.

스파이 :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경쟁 또는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

그러나, 늘 있는 것은 또 "배신" 이란 것이다. 스파이란 것 자체가, 그렇게 배신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살포시, 씁쓸해진다. 상당히 정적으로 흐른다. 그리고, 나 사카모토는 친구 가토리의 행방을 찾으면서 되려 "탐정" 이 되어있다. 스파이 소설의 스펙터클함, 스릴, 이런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의외로 술술 잘 넘어간다. 초반부터 조금씩 나도 사카모토가 돼 가토리의 묘연한 행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페이지는, 마치 안락의자 탐정과도 같다가 어느날은 위험을 받는 듯 하다가, 혹은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의심해보다가, 결국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라는 것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래,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또 스파이인 것이다. 소설 속, 깔린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본어로 "사비시이" 라는 느낌을 주는 면이 있다. 쓸쓸한 것, 어쩌면 그것이 스파이의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007 영화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카모토를 보여준다.

사카모토의 심정을 빌어, 유키 쇼지는 어딘가 염세주의적인 언어들을 내놓는다. 불신, 불안, 그리고 열등감, 내면의 보일 필요 없는 인간관계.. 이런 것들을 그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스파이의 단면은 아니, 어쩌면 스파이 자신이 그렇듯 누군가를 믿지 못하고 그 일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해야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자아가 살아있다는 단 하나일지도. 자신의 이념이, 사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 다만, 글을 읽다가 "그러다 한국 처럼 돼" 라는 게 나오는데 왠지 화들짝, 싶었다. 이들이 일본인임이 그제서야 상기됐다. 물론, 전쟁을 일으킨 주체는 아닐지언정. 왠지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그래선지, 그 내면의 뭔가가 내게도 스물스물하고 오는 것 같았다. 일본은 그들의 전쟁도 무척 피해자라고 하는데, 우리는...우리에게는...이라면서도, 내비쳐준 작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해야할까 싶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것이 사카모토가 내 보이기 싫어하는 내면의 열등감_ 과 같은 그런 것일지라도.

사상이 다르고 이념이 달랐고 식민지였던 나라, 강국의 틈바구니였던 나라, 베트남의 하노이. 어쩌면, 참 닮은 꼴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은 "사회주의" 가 됐고, 우리는 둘로 그대로 갈라졌다는 것..그리고 아직, 혼란의 와중, 어쩌면 이들과 같은 스파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적인 가운데 동적으로 흐르고 있다. 동적이되 또 그 안에 정적인 소설, 그래서 첩보물로는 좀 모자란 감이 있었지만 왠지, 사카모토의 염세적 독백이 다가온 것은, 어쩌면.. 읽다가 살며시 놓은 우리들의 현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정적이되 동적이여 하는 스파이, 동적이되 정적이여야 하는 스파이,

그 둘 사이중, 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스파이물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살짝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 요약-

영미권의 빠른 스피드와 스릴를 자랑하는 소설을 원하신다면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소설은 동적이 아니라 정적입니다.

"스파이물"보다는 되려 일본식 탐정소설쪽에 익숙하시다면 괜찮을 듯도 합니다. 그리고, 사카모토의 독백과, 그 가운데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로 하여금, 페이지 수는 잘 넘어갑니다. - 다만, 조금 한국전쟁이나 이런 것을 상기하시기 싫으시다면 살포시 패스하셔도 괜찮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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