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미지 출처: 이웃님이신 가비님 블로그(http://blog.naver.com/garbeekr)>

 

 

겨울, 이란 이미지가 여러분에겐 어떻게 느껴지고, 그리고 또 어떤 색으로 그려지고, 또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겨울, 이란 이미지가 저에겐 적어도 따뜻하고 그리고, 저를 감싸안는 느낌으로 그렇게 그려지고, 다가오고 있답니다.

겨울, 이란 이미지는 누군가에게 순백의 따뜻함으로, 누군가에겐, 침묵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없이 춥기만 할지도요..

 

 

 

 

 

오늘 그 겨울의 끝에서 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분명 곁에 소년에게는 "가족" 이라 불릴만한 이들이 있는데 소년의 마음의 왠지, 차가워보였습니다. 바람 한점 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마음은 휘잉, 하고 소리를 내면서 다가옵니다. 한걸음, 그에게로 다가가면, 그는 이미 소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직 17살의 소년이 그의 마음 속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쪽 어느 구석쯤, 웅크리고 울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은데, 그 소년은 왠지 손사래를 치고 있더군요.

 

 

오늘, 그 겨울의 끝에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평범한듯, 단정한 아내라는 이가 웃으면서 있었는데 그의 눈은, 공허하게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에게서 아까의 그 소년이 보입니다. 웅크리고 내내 울던 그 소년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똑같은 소년인데.. 참으로 미묘하게 다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 그러나 죄책감의 소년,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참 무서운 소년, 그리고 한쪽 눈을 감은 소년이 보입니다. 같은 듯, 아주 다른 그 소년은 ... 이미 한 사람의 성인이네요..




 

 

 

 

그런데도,

한 사람의 성인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방울들이 보인다면, 이상할까요..? 마치, 그건 스스로를 원으로 또아리 틀고 그 안의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혹은 그 자신이 진실, 그 이면의 것을 숨기려는 뱀과 같이 보였답니다. 가끔은 덮어야할 때도 있다고, 침묵하면서, 침묵의 색이 뭔지 아냐고 묻는 그에게서 들리던 것은 빗방울, 그리고 바람소리, 아직 웅크리고 있는 17살, 그때의 기억이였답니다..

 

 

 

 

 

 

 

 

 

 

 

 

 

 

 

 

 

 

는 낯간질럽지만.....요



 

 


 

 

미치오 슈스케는 작년 나오키 상 수상작인 "달과 게" 이전에도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등으로 꽤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기도 하답니다. 그의 끈적거림이 싫어서, 라면서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고.."해바라기가..." 에 대해서 이웃님이신 감자님께서 말씀하셨고, 저는 처음, "달과 게" 로 만나,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에서 더 큰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설에는 항상 "성장, 소년 그리고 가족" 이란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 건, 겨울 "구체의 뱀" 을 통해서였다. 이 표지처럼, 을씨년스러운 가을을 지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그때, 17살의 소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소년이 가지고 있던 비밀이 무엇인지는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알 수가 있었다. 소년은 분명, 혼자인듯 했지만, 결국 소년은 또 혼자였다. 그 눅눅한 신발을 어디다가 벗을 지 알 수 없는 사춘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17살의 소년, 이였을 뿐이다.

> 일명 스피사(스포를 피하는 사람들)분들은 피하셔도 됩니다! 결말이 있거나 그렇진 않지만요. 글도 긴데 스킵해도 됩니다 ^^;;

 

 

 

 

모든 것은 사요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사요" 로 끝을 맺는다. 그 사요가 가지고 있던 비밀, 그 사요 때문에 내내 소년의 가슴이 죄책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요가 남기고 간 것은 "나" 뿐 아니라 나를 거둬준 오츠타로씨에게도 그렇다. 그러나, 하필이면 나 때문인 것이다. 그날, 화재로 사요는 죽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세월은 무덤덤하게 지내오는 것 같았지만,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 그녀와 너무나 흡사한 토모코를 만났다. - 그것도, 화재로

 

 

 

 

 

 

사요는 화재 때문에 죽었고, 토모코는 화재 때문에 살았다- 이 기이한 인연에 어쩌면 소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필 그 자리에 토모는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부정도 그리고 긍정도. 그러나 이 "화재" 는 그래서 되려, 토모의 마음에는 비가 내리듯 그렇게 신발이 눅눅해 질 때까지 젖어들 때까지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젖은 신을 또 놓지 못하고 있던, 토모였다. 이미 젖었다고, 불에 말려봤자라고, 말하는 토모가 보였다. 깨끗이 빨면 된다고 말해도, 그래도 내놓지 않던 그 신발..

구체의 뱀...이 주는 것은 마치, 마루밑으로 숨어들어가는 모습이 연상이 됐다. 토모코는, 실은 토모의 다른 모습 아닐까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리 평범해 보이던 나요는 사요의 모습인지도요- 가끔은, 사요의 이름에서 "사요나라" 의 일본어를 생각하면서, "안녕" 과 함께 무엇과의 안녕일까를 잠시 생각해 보게도 된답니다.

 

 

 

 

 

열일곱, 은 이제 성인으로 탈바꿈 하기 전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리고 그는, 아직 그 7년전 열살의 나이로 주저 앉아 있었다. 그 나이에 울지도 못하고 꺽꺽거리고 있었던 토모다. 내내, 토모는 속으로 삼키고, 또 삼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거짓인지, 혹은 위선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때는 눈 앞의 것이 보였을 뿐인 소년이다. 열일곱이 돼서도, 토모는 여전히 열살의 소년으로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참으로 잔인하기도 하다..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만 품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 아픔이, 쿡쿡 찔러오던 그런 것들은 실은 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은 아프다. 그것은 이제껏의 미치오 슈스케가 그랬듯, 그런 비슷한 색채이면서 작년의 나오키상을 수상함으로 그 색체가 살짝, 미스터리보다는 "순수문학" 쪽으로 더 몸이 비틀어져서, 조금은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만약 "달과 게"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어쩌면, 달과 게의 소년들을 보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 를 기대한다면 어쩌면 실망을 할 것이다. 분명,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 그리고 토모가 가지고 있는 비밀이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소년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간의 이야기는 또 미스터리 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명명하는 "미스터리" 는 아닌 것이다.


 

 

 

이야기는, 어쩌면 이 표지의 것이 다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고 난 뒤,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보면서도 그저 침묵하고 있게 될 지도 모른다. 보아뱀의 이야기는 그렇다. 그냥, 보면 그것은 우리에게 무섭지도 않지만, 어린 아이들이 보면, 그 모자는 코끼리를 잡아먹는 보아뱀으로 보이면서 소름끼치는 공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내 남아버린다.

 

 

"구체의 뱀" 도 마찬가지다. 또아리를 틀고, 진실을 저 안쪽으로, 저쪽으로 숨겨버린다. 그 진실의 이면을 .. 가끔은 숨겨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일지도 모른다. 침묵의 색을, 흰색으로 칠하고 있다. - 가장 순수한 그때, 어쩌면 순수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차가운 벌판에서 불이 일어난 것에 꼼짝하지 못하고 여전히 오늘도 그 자리에서, 두 손에 신발을 꼭 쥐고 있는 소년의 느낌이였다.

 

 

 

- 더 이상 미치오 슈스케에겐 어쩌면 그의 고유의 색인 미스터리를 기대치 말라, 고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그 전작들처럼, 아프다. 쿡쿡, 명치의 언저리가 아파왔습니다. 그 진실이 .. 그러나, 매번 책을 말함에 있어서 "큰 기대치" 는 갖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저는, 이 책의 기대치를 내려놓고 봐선지, 괜찮았습니다. 다만, 가독성은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를 생각한다면, 조금 느린 템포로 나갔고 나오키상 이후, 조금 미스터리를 써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린왕자의 질문에 무어라고 답하셨나요..? 알면서 혹시, 침묵하진 않으셨는지요? 왜냐면, 우린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으니까요...다만, 알고 싶지 않았을 뿐이랍니다. 그 묘한 침묵을 그려냈다, 라는 건 이 표지와 제 이웃님의 블로그를 들렀다가 알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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