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 있어서, 만약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하여 지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또 그 역사속의 어딘가에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서 "만약" 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소현세자입니다. 만약, 그가 살아서 왕위를 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입니다. 어쩌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참으로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병자호란, 그 전쟁통에 치욕스럽게 패한 것도 모자라, 청의 볼모로 끌려갔던 세자는 그러나, 그 곳에서 왕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청의 문물에 관심을 보입니다. 언젠가 왕이 될 그는, 그것이 백성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를 생각했을 겁니다. 무엇을 취해야 더 이득인 것일지를요. 혹은 그가 아무리 살아서 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신하들의 반대에 계속 부딪히면서 결국 그도 나약한 왕으로 전락했을까요? 그래도 아무도 모를 만약에, 를 생각해 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독살설" 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버지 인조와의 불화가 그 처음이기도 하고요. 가만히 역사를 보면서 저 권력이라는 것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사건들이 참으로 많기도 합니다. 그 중, 아버지와 아들임에도 그 자리가 권좌이기 때문인지 첨예한 대립의 길을 걷고 있는 사건들을요. 그래서 그 대립의 끝은, 결코 좋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믿었던 만큼,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역사의 기록은 그저 승자들이 남긴 산물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그 기록의 산물을 읽어봐도, 그들 스스로가 또 남겨놓은 증거들이 있기도 하지요. 어쩌면 일부러 조금씩 남기는 것인지 아니면 약자들에게 경고로 남기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남겨버린 증좌에서 우리는 또다른 것들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 는 와-_-; 이고요.

이수광 작가를 만난 것은 작년입니다. 작년 팩션소설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그리워하다 죽으리" 라는 아주 애절한 사랑이야기인줄 알았으나, 훼이크~ 였고 도대체 그대는 무엇을 그리워했는지..라고 저는 반문을 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소설을 그 기억에도 제가 잡은 것은 역사의 한 토막, 만약 소현세자가 살아더라면..? 이라는 가정 때문이였고 무엇보다 그 독살설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룬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처음부터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슬슬, 그 배후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오가며 ... 를 기대했으나, 그런것 없습니다. 저는, 세자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이들의 머리싸움과, 숨겨진 진실 그것들을 숨기는 이와 쫓는 이들의 치밀하고 치열한 공방전과 더불어 과연 진실이 밟혀졌으나 기록되지 못한 채 덮여지는 것,을 기대했는으나, 그런것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다만, 초반 아주 잠시 뭔간 흥미를 유발할 듯한 이형익의 발언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것은 곧 묻혀버립니다.
두 여 자객인 이진과 이요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둘이 남과 북이듯, 또한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그럼에도, 진실을 알고파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였다면 또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그렇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북촌항아, 남촌항아라며 무척 지성과 미모를 감추고 있고 거기에 무예까지..도 좋습니다만 그걸 자신들의 입으로 말하는 거, 안 창피한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만남까지는 좋았으나 만나자마자 이요환은 이진의 무엇을 믿고 자신의 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지.. 전 거기서부터 읭?했습니다.
내 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말, 그것도 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말, 오랜지기에게도 털어놓지 못할터인데 처음보자마자, 이 요환은 이진에게 말하고, 그 다음은 부마도위로 나오는 오강우입니다. 이 둘과 함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는 자로 나오는데 참으로 준수하게 생겼다, 라는 것으로 두 여자는 첫눈에 그리고 동시에 오강우에게 반합니다...네 그럴수 있습니다만, 갑자기 역사소설은 미스터리가 아니라 무협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무협물이 어떻다는 것이 아닙니다. 무협물은 재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무협물은 난데없고, 게다가 싼티까지 나니 저는 어찌해야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대체, 이게 뭐지..? 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진은 어느 세월에 무술이 그리 늘었는지, 그런것 없습니다. 뭐 개연성은 싸그리 말아 잡수셨더군요.

네, 제가 왜 "자객" 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을까요? 소현세자, 라는 것 때문이지요. 무협물로 변한 후,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십니다. 아주, 불유쾌한 연어같은 여자의 피부라던가.. 제가 작가님의 "연어" 즉, 역사는 다시, 돌아온다 이런 코드를 읽어내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네, 역사란 그런 것이지요 마치, 무협물들의 강호들의 싸움과 같은 것, 아닐까요? 그들이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서...... 라고 해봐도, 모르겠습니다
"소현세자" 라는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의문의 "독살설" 이것만으로 우리나라 팩션소설, 그것도 장르문학에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나, 소현세자는 그저 이미 죽었을 뿐이고, 그냥 뚱딴지 같은 무협물만 거기에 앉아있으니, 기가 막힐 밖에요. 강호들이 나오는 게 재미라도 있어야지요. 재미는 어디다가 쌈을 싸셨는지요? 개연성, 없습니다. 재미, 없습니다. 팩션, 그딴건 원래 존재치 않았습니다. 물론, 인조를 비롯한 세자빈 강씨, 소형조씨(그나저나, 이때쯤은.. 귀인 조씨가 돼 있지 않았을까요?)등 인물들은 나옵니다. 분명! 그런데, 팩션이라기엔...
분명, 조소형이긴 하나, 제가 알기론 그렇게 옹주와 군을 생산했으면, 정4품인 "소형"이 아니라 적어도 귀인은 돼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재미를 위해서..라고 읽었으나 없는 "현숙공주" 가 나올 땐 살짝..응? 했던 것은 정비소생이 아닌데 옹주가 아니라 어째서 공주로 표기를 하셨는지.. 그냥 "왕자""공주" 할 때의 그 공주로 생각을 했습니다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였던가요?

그렇습니다. 이 문구대로 이 소설이 너무 기막히고 코가 막혀서 숨까지 막힐 뻔 했지만 진실게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어째서, 그리 이해를 못하는가? 무림을 빗댄,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왜 읽어내지 못하는가? 라고 제게 물으시면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런것을 읽어낼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가 아니라 그리 쓰지 못하신 작가님이신걸요.작가들이 숨겨놓은 것을 읽어내는 것도 한도가 있는데, 그런 것 없었습니다.
개연성이 없으면, 재미라도 있던가, 재미가 없으면 개연성이라도 있던가 아니면 너무 역사에 충실해서라든가, 뭐 아무것도 없습니다. 갑자기 소설은 저 바닥의 바닥인 무협지로 변하더니, 마무리는 해야할테니 인조의 찌질함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건 뭐 그냥 훌렁훌렁 넘겨도 될 정도니까요. 게다가, 그 후의 이야기를 보니, 정명수 암살 사건으로 넘어간다.. 는 뺐으면 싶었습니다. 편집의 실수인지, 인조의 정신적 문제만 언급한 채로 끝냈어야하는데, 싶었습니다.
네,
참으로 소현세자 독살사건에, 정작 소현세자의 이야기, 그를 둘러싼 이야긴 없습니다. 다만, 무림의 고수..도 아니고 스스로가 지성과 미모와 무예까지 겸비했다고 하는 두 여성 자객이 나오고 그 두 여성자객이 한눈에 반해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게 만들 오강우가 나오고, 그냥 그게 답니다. 딱히 또 무술을 익히고 이런 것, 없습니다. 그래도, 뭐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 많으다니 그 분들의 취향도 존중하지만 저는, 제가 할 말이 참 많았던 소설을 이렇게 한마디로 할 말도 없게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분께서 역사소설의 대가시다, 라는데 언제부터 우리의 역사가 무협으로 변했던가요?
네,
무협의 강호들의 싸움, 그것이 얼마나 치열한가 모르냐고, 그리고 그 치열함을 정치판으로 옮겨놨는데 그걸 읽어내지 못한 저에게 뭐라고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다만- 그러시다면 다음부턴 누군가의 이름으로 낚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 정치판의 치열함을 강호로 표현해내신 것 같지도 않으시지만 - 사람들이 역사의 어느 단면, 그 "가정" 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는 쓰지 마셨으면 합니다. 만약에, 살아있었더라면..과 동시에 그의 죽음을 팩션으로나마 알고 싶었던 저에겐 참으로 쓰고 쓴 소설이였습니다. 파닥파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