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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ㅣ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강아지나 고양이를 길러보신 적이 있나요? 한번쯤은 아, 예전에 있었는데- 라는 분들도 계실테고, 그리고 지금 또 키우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테지요. 이 책은, 네 표지의 제목처럼, 15년된 강아지인 낭낙이와 이제 세상을 나온 순대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랍니다. 15살이면 강아지지, 그건 개가 아니잖냐고 물으보면요, 강아지를 키웠던 입장에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건 15살의 늙은 "개"가 아니라, 우리집에 왔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의 강아지로 보인답니다.
낭낙이도, 15살의 많은 나이의 어느새, 바랜 털을 지니게 됐지만 그만큼 주인들의 사랑이 바래거나 하진 않았답니다. 있어주는 그 자리가 고마울 뿐이지요. 그에 반해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순대는, 그저 귀엽기만 합니다. 아마 언젠가는 낭낙이처럼 조금씩 철은 들테지만 지금은 그대로의 순대를 사랑하기도 하고 있고요.

살짝 표지를 벗기면 이렇게 작가의 그다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곳에 어쩌면 다른 모습이 있지요 그건, 낭낙이와 순대가 작가의 작업공간인 책상위에 사이좋게 있다는 것이랍니다. 별 다를 것이 없는 공간 안에, 낭낙이와 순대만이 잠시 들어왔을 뿐인데, 상당히 따뜻해집니다. 그건, 그들이 또 유별나게 친한척 하지 않아도 왠지 모를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지요. 그러나 웹툰이라고, 마냥 이들의 아기자기한 소일상을 그려내지는 않는답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전하려는 바를 그림을 통해서 또 그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버려지는 유기견들, 그리고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사람들은 가끔 무책임하게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버리는 그런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들에게 어쩌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애완동물" 에 지나지 않았나봅니다. 아니, 애완동물은 사랑해야하는 건데요.. 사랑을 마구 버립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자리에서 주인인 올 것이라고, 기다리지요. 왜냐면, 주인이니까요 가족이니까요. 네, 우리가 요새 많이 쓰는 "애완동물" 이라는 말 대신 자리잡은 "반려동물" 은 그런 의미랍니다. 긴 시간 인내하는 법을 배우는 낭낙이와 배울 순대는 그래서 되려 행복한 것이고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내 고양이, 내 강아지가 되는 순간 김춘수님의 "꽃"을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그게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을요.. 남들은 이쁘지 않다고 하는 내 강아지에 버럭 화가 납니다. 귀여운데 왜 그러냐고요. 그런데, 그거면 됐어요. 강아지는, 알아요 그것만으로도 스스로가 이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요. 못생겼는데, 이쁜.. 강아지나 고양이 보셨나요? 말이 이상하지만 그런 강아지나 고양이를 봅니다. 그건,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정말 개와 고양이의 표정을 보신 적, 있으세요? 전 고양이는 모르겠는데, 강아지는 있답니다. 얼굴에 서운함부터 시작해서 뭘 뜻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리게 되거든요.
그런 이야기들 - 유기견 문제로 시작하여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들의 얼굴표정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인 가슴 한켠 아파오고, 굳이 이건 감동이지요? 하지 않는 소소함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답니다.

15살의 낭낙이. 그리고 의사선생님의 한마디, - 낭낙이도 이제 살만큼 살아잖아요?- 라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 "나"는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별의 순간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기도 하지만, 굉장히 서운하답니다. 제가 아름이를 10년 키우고 무지개 다릴 그래도 덜 아프게 가줘서 고마웠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 아름이 이쁠 때 잘 갔어요- 네, 아는데요.. 근데, 주인들은 안 그렇답니다. 좀 더 살 수 있는데 그 곳에 20살짜리도 있다고 했어요. 22살짜리도요 근데 다들 힘들어하는데, 주인들이 욕심을 부린다고요. 저는, 왜 주인들 마음이 이해가 갔을까요..? 저도 역시 키우고 있어서 조금만, 조금만, 했던 것이겠지요. 한번쯤 그런말은 조금만 생각해 주세요.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이러냐고요.. 실제로는 버려진 줄도 모른답니다. 그러다가, 다시 주인이 오면 좋아라, 하고요. 웹툰이 다룬 건 낭낙이와 순대의 아기자기의 이야기에서 빙그르르 웃게도 하고, 아 맞아! 우리 아름이도 이랬어, 하기도 하다가 한구석, 저쪽이 뻐끈해져 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우리에게 작가는 양해를 구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반려동물들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 정중하게요. 물론 왜 분개치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만큼 화내서 다가오면 안된다는 것도요. 그래서, 웹툰은 그저 개와 고양이의 동거생활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뻐근함으로 그리고 조금은 그 시선들을 향해서 양보를 구합니다.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들은, 결국 안락사가 됩니다. 조금만 거둬주면 안될까요? 로 시작해서, 버리는 이들에게 화를 내지만, 그보다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책부터 생각해보자고, 그런식으로 작가는 다가옵니다. 책은 웹툰 형식으로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책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답니다.재미있는 웹툰, 그 안에 제목 그대로가 주는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반려동물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조금만 공감을 해주고, 그 안에서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이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