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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절판
버스정류장은 참으로 묘한 곳이기도 하지요. 그 곳엔 항상 내가 탈 "그 버스"가 올 것 같은데 안 오는 곳입니다.
버스정류장은, 참으로 또 묘한 곳이랍니다. 그 곳엔 항상 내가 탈 "그 버스"가 안 올듯 하면서, 오는 곳이랍니다.
버스정류장은, 또한 참으로 묘한 곳이랍니다. 그 곳은, 어쨌든 내가 탈 "그 버스" 를 기다리는 곳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가장 묘한 건, 바로 기다리는 그 때엔, 그 버스가 와 주질 않습니다. 그래서, 그 기다림을 멈추면 오는 곳이랍니다.
남자는 기다림이 어떤 것인지 압니다. 그러나 조리있는 설명을 하지는 못합니다. 왜냐면, 그게 또 기다림, 이란 것이니까요
남자는 기다림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의 마음의 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그게 또 기다림, 이란 것이니까요
남자는, 하나하나의 방을 정리해나갑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 버스" 를 타야하기 때문에서 정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하나의 방을 정리하기 위하여, 이별을 고하면서 또 기다리지 말라고 "그 버스"를 타기 위한 것인지를 모르게 됩니다
그렇게게 정류장에 서서 "그 버스" 를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이별은 또 이별이 아닌,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자신과
조우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여전히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고 그리고 또 기다리고 있고, 이별하고 있는
또다른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소설, <바이 바이, 블랙버드> 의 호시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골든슬럼버와, 그래스호퍼로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이면서 천재작가로 요절한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의 오마쥬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건, 이사카 고타로가 이 책을 쓴 건 아버지 때문, 이라고 하니 말이다. 어쨌든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를 차용하면서도 그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라고 한다- 내가 <굿바이>를 읽지 않아서 비교 불가긴 하다.
그는, <바이 바이, 블랙버드>는 제목 또한 그렇다 <굿바이>- <바이 바이, 블랙버드> 로 이어지게 제목에서도 재치를 넣긴 했다.
이 <바이바이, 블랙버드> 는 단편인듯 아닌듯, 혹은 장편인듯 단편인 느낌을 준., 내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으로 읽은 건
의외로 잘 알려진 <골든 슬럼버>가 아닌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와 바로 이 소설, <바이바이, 블랙버드> 가 두번째이다.
내용은 이것이 전부 다다. 다섯명의 애인들에게 찾아온다. 그녀들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서이다 왜냐면, "그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녀들과 만난 에피가 소개된 후 바로 나오는 말은 "그것도 거짓말이였어?" 라는 애인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본격적인 거짓말은, 180cm에 180kg의 거구인 여자, 마유미와 결혼을 해야한다는
말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어떤 한남자의 이별이야기가 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다일지도 모른다.
다만, 책을 덮을 때쯤에야, "그 버스"가 뭔지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긴 했다. "그 버스"는, 그가 돈이 없어서 타야만
한다고 내내 말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이제껏의 그, 호시노와의 이별을 위한, 버스 즉,
내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호시노, 그와의 작별은 아닐까 싶었다.
호시노는 한명의 애인을 만나고 이별할 때마다, 정말 그들과 바이바이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되려 그는, 그녀들과 이별 할 때마다, 또다른 자신과 조우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륜의 OL 부터 유명여배우까지
그의 애인들과 이별을 할 때마다, 그는 만나고 그가 모르는 자신과 만나고 있었고, 또 바이, 바이..하고 있었던 것이바. 바로,
마유미를 통해서- 마유미는 그의 또다른 내면이도 하니까. 그라면 하지 못할 거친 말을, 180CM에 180kg의 거구인 그녀는 한다.
마유미의 거대한 키와 몸무게는 그저 나온 것이 아니다. 1818- 일본어로 장난치는 싫어싫어 이야, 이야..라는 것. 그 마유미를
반대로 하자면 8181- 바이 바이,인 것이다. 무엇과의 안녕인가? 그 안에 있는 그 어떤 것들과의 안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그 버스"를 타기위해서, 라고 했고 그녀들이 기다릴까봐서라고 했지만 실제로, "기다리고 있는 중" 인 사람은 그이다.
그는, 이제 그 "기다림" 과의 안녕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성장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무언가를 잃어야
하고, 그리고 또 무언가를 얻어야한다. 그런, 그가 싫었던 것은 바로 바로 그였다. "그것도 거짓말이였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불륜, 이혼, 추리를 가장한 도둑질, 숫자놀음, 그리고 쿨함- 그 모든 것들과
그는, 억지로 지금 맞서고 있기도 하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꼭 버려야만 우리는 성장하는 것일까?- 라고 물어본다.
소설은, 굉장히 빠르게 읽혀진다.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덮을 때 쯤, 어쩌면 이 소설은 그냥 어떤 남자의 조금은
특이한 이별이야기로 덮힐 수도 있고, 기대한만큼의 얻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덮기 전까진 그랬었다. 가독성외
무슨 이야기일까? 라는. 기적적이고 천재적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여전히 과장된 띠지를 보면서.
그러나, 어느 사이엔게 나는 호시노가 되기도 하고, 그의 상대방 여자들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마유미가 되어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나는, 호시노처럼 나의 마유미와 바이바이를 꼭 해야하냐고, 그래야 성장이 되냐고.. 묻고 있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이 <바이바이 블랙버드> 에서 마음엔 든 건, 그의 문체,정도랄까? 그외엔, 그의 메세지가 명확하게 와닿지가
않아서 그냥 그대로만 읽혀진다면 어쩌면 <골든 슬램버>로 그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은 점도 있었다. 마치,
내가 그를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로 많은 실망을 했듯이. 또한, 그의 담담한 문체를 좋아하고 덮을 때쯤, "그 버스"에 대한
것을 알아가고..그의 이별과정을 잘 지켜본다면 그리고 아마, 그는 또다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다시 성장하러 우리 곁으로
어느샌가 호시노란 이름은 잊고 올지도 모른다, 라고 나처럼 느껴진다면 괜찮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