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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적 즐겨하던 놀이 중의 하나는 아마 스물고개 넘기같은 묘한 것들의 나열로 답을 알아내는 것을 즐겨하신 분이 계신가요?
저는, 그 스무고개를 왠지 잘 맞추지 못했답니다. 잘은모르겠지만, 어느 고개쯤 되면 갑자기 싫증이 나기도 하고, 아마도
실직적인 이유는 그 답이 틀리면 화가 나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런, 아마도 그 어린 나이에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이였답니다.
그렇게 어느 때는 중간의 고개쯤 맞추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끝내 맞추지 못하면, 제게 화가 나기 때문이지요.
- 근데 사실, 그 정답을 알면서도 가끔은요 끝까지 가는 경우가 있답니다. 과연, 내 답이 맞을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다가,
맞으면 속으로 웃지만 틀리면 또 안도의 숨을 쉬기도 한답니다. 말 안하길 잘했어, 라면서 말이지요..-

오늘은 그렇게 여섯고개쯤인지 혹은, 스무고개의 끝이 어디쯤인지를 가르쳐주면서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들고 왔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살짝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 그 고개의 어디쯤에는 조금씩 다들 사연이 있다지요. 다만,
그 사연들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또 거기에 웃을 수도 또 울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는, 상당히 무거운 소재들이랍니다. 누군가가 우리의 곁에서 어느날 사라지는 일들, 피해를 입는 일들, 그런것들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또 이 무거운 소재들에서 가벼움도 느낄 수 있답니다. 그건, 아마도 수수께끼의 고개 어디쯤인가에서, 쉬고
싶은 그런 마음 아닐까요..? 가끔은 알면서도 또 가끔은 모르면서도.. 그렇게 말입니다..

수수께끼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푸는 것도 아니고, 휴식처럼 느껴지는 점심시간엔 잠시 수수께끼 따위는, 접어두고
그리고, 아마도 저녁식사 후에 가벼이 그들이 대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면서 툭, 던진 그 말에 풀 수 있는 시간,
바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호쇼 레이코, 가게야마, 그리고 잘난척쟁이 경부도 만나 보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히가시와 도쿠야는 내게 참 생소한 이름이다. 그리고, 물론 책도 처음이긴 하다. - 이 책은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 사실, 어떤 책인가가 궁금하긴 했다.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웃을 수 있는 책, 이라면..좀 유쾌하다. 물론,
그 유쾌함 뒤에 따라오는 것들이 하필이면 살인 사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메인 주인공인 호쇼 레이코
- 그녀는 대단한 재벌가의 영애다.
굳이 형사 일 따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그녀가 택한 일은,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강력계의 형사이다.
- 스스로는 무척 개념이 있는 듯하지만,
그건 가게야마 집사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호쇼 레이코와 같이 이 "수수께끼 풀이는- " 을 이끌어 가는 두 캐릭터


가자마쓰리 경부- 그 역시, 재벌가의 일원인데, 호쇼 레이코의 말에 의하면, 당장이라도 호쇼가에선 그의 회사정도쯤은,
이라고 말한다. 잘난척과 있는 척 모두를 다하는 척척척, 인 경부지만, 이 경부 때문에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이 경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호쇼 레이코가 된 기분이랄까...^^;
그리고 가게야마 집사- 정말이지, 잘난척을 대놓고 하는 가자마쓰리경부가 직장에서 호쇼 레이코를 괴롭힌다면, 이제
"아가씨"로 돌아온 레이코에겐 강적이고, 아주 은근히 잘난척을 하는, 사립탐정이 되거나 야구선수가 목표였다면서
지금 레이코의 옆에서 집사를 하고 있는 이 가게야마는, 왜 대체, 집사인지 모르겠다. 그의 독설 때문일까?

실제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느냐, 혹은 아마추어보다 못한 형사가 아니냐..는 둥 그런 말을
거침없이 한다. 그것도 레이코의 말을 빌어서 이 대단한 "호쇼"가의 아가씨에게 말이다. 그의 독설은 그럼에도 불구,
레이코가 옆에 계손 놔둘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그는, 말하자면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것이다. 정답을 쥐고 있는 자.
스무고개를 할 때 낸 사람은 슬며시 웃고 있는데, 그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바로 그 답을 알면서도 내놓지 않는 것.
그래서 출체자가 안심하고 있고 승리감에 도취해 있을 때 그때서야 정답을 말하면서, 출제자에게 무안을 주는 역이다.
- 무척 얄미운데, 말마따나 이렇게 재수없는 집사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가 믿음직스러운 것은 호쇼 레이코 뿐을 아니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 트릭이 없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읽어내기엔 이 "수수께끼는.."은 하나하나 잘 읽어내면,
그 트릭에 있어서도 본격에 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이 생각하는 본격 혹은 신본격이라는 소설들의 무게를 안다.
고립되어있고, 그리고 그들 중 범인이 있고, 우리들은 인간의 내면, 그 욕망 그리고 못볼 것, 볼 것을 다 본 뒤 씁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런 추리소설인데 반해서, 이 "수수께끼-"는 그 무게감은 덜하다.
이를테면, 집사에게 말을 전하면서도 그를 무시하는 걸 잊지 않는 레이코나, 그걸 또 받아치면서 독설을 내뱉는 가게아먀 집사
게다가 처음엔 대체 이 경부의 정체는 무엇일까가 하다가 나중엔 웃겨선 레이코가 됐다가도 맨날 오답만 내 놓은 가자마쓰리
이렇게, 강한 세사람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음으로 그 무게감을 확실하게 가볍게 만들어 준다.

사실, 추리소설 하면 피가 철철..피가 낭자.. 그리고 그 무게감에서 매일같이 그들의 살해대상(?!)이 되던 재벌 아가씨가,
스스로 형사가 되어선 그것도 집사에게 독설을 들으면서 뛰어든 사건현장, 그리고 사건현장에서 척의 대명사, 가자마쓰리 경부를
상대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로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라는 의구심은 글쎄..적어도 나는 처음엔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가자마쓰리 경부는 속으로 이 뭐..하다가 정말 나중에 안 나오니까 서운해지고, 그의 잘난척이 되려 보고 싶다고 할까?^^;
이웃이신 허뭄님(특별출연..)께서 그저 일드를 보는 것 같지요 - 라고 하셨는데 일드보다는 재미있었다. 일드가 무미건조하다면
수수께끼... 는 그런것은 없다. 무미건조보도, 되려 아리카와 히로가 추리소설을 쓰고, 내가 그것을 읽는 것이랄까?
- 읽으면서 내내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에게 적응이 되선, 킥킥 거리다가 나만의 어떤 것들이 기억나서 마구 웃기도 했다.

분명 레이꼬의 입장에서나 좀 짜증이 나지, 나중이 되면 그의 독설에 길들여진다. 그리고 개성있는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한번의 가벼움을 줬지만, 그 트릭조차 가볍지는 않다. 스무고개의 모든 힌트는 바로 그 말 속에 있듯이 트릭도, 그리고
모든 추리를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들의 대화 속에서 반짝이는 소설, 그리고 유머러스한 인물들로 하여금 눈꼬리와 입꼬리가
무거운 본격에서 벗어난, 이 미스터리 소설은 코드만 맞는다면 유쾌하게(살인사건임에도?!) 읽을 수 있다- 다음 작가의 작품도
나는 기대가 되면서 덮었던, 마치 저녁후 디저트를 먹는 그런 기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