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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ㅣ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동안 기계와 문명은 발달해왔으면 어떤 것은 인위적인 눈을 혹은, 인공적으로도
이 자연을 파괴하기도 혹은 보호하기도 할 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간의 실수가 아닌 자연 앞에서,
꼼짝없이 당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문명의 이기가 발달했다 할 지라도, 막상 자연의 힘 앞에선 무너지고 말지요.
겨울, 은 가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눈 때문에 설레이기도 하지만,
겨울, 의 눈은 매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늘에서 필요이상으로 눈이 오면, 많은 불편함을 겪기 때문입니다. 설레임과 동시에
겨울, 의 눈은 그렇게 다가오는 바로, 자연의 힘을 보여줍니다. 휴대폰도, 그리고 제설차도, 인터넷도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
포토갤러리 iowagirl(iowagirl) 님 작품
그리고, 사연없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하던가요..? 그런 사람들이 그런 폭설을 피해다가 만난 곳, 하필이면 보일러가
고장이 나선 춥다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온 이 곳, 펜션 그린루프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펜션 그린루프에선 과연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폭설을 피해서, 그나마 찾은 곳에서 감사를 드리려는 찰나에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 낸 티비에서 들어버린 보아버린 것 때문에 그들은 폭설보다 더한 폭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들은 그날 어쩌면 모른채 그렇게 그날밤은 감사하고 따뜻하게 지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보일러는 없더라도,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을 수 있는 공간에 감사하고, 또 시간에 감사했을까 하면, 그들의 사연들을
면면히 보자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상황이 바로, 폭설, 그 자체였기 때문이였답니다.

누군가가 그랬다지요. 가장 무서운 것이 정작,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바로 사람, 인간이라고 말입니다. 정말일까요..?
- 그럼에도 그들의 발걸음을 그린루프로 묶은 것도 역시나 "폭설" 때문이였지요. 바로 그것이 자연입니다. "자연" 의 위대함을
깨닫기도 하지만, 한없는 공포와 또 한없는 위협과 그리고 한없는 무력..거기에 뒤따르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인지도요
그리고, 그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힘쓰는 사람, 바로 경찰 카와쿠보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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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조의 소설은 이 <폭설권>이 처음이다. 그의 <제복수사> 란 책이 유명하기도 하고, 경찰소설로 유명하다고 해선,
한번 읽어본 것도 있다. 일단, 내게는 이 책이 빠른 속도로 나가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 명탐정의 저주- 의 경우는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아주 빠르게 가독성을 자랑했다. 이 폭설권보다 늦게 읽었음에도 말이다. 빠른 가독성은 내겐 없었다.

폭설로 인해서 사람들은 흩어졌다가도 다시 펜션으로 오는 그 과정이 좀 지루했다고 할까? 결국 그 펜션으로 모일 건데
그게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데, 너무나 사람들의 이야기에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까진 이것저것 길게, 길게 가선 내게는
지루하다, 대체 이 펜션으로 결국 올거잖아?! 왜 이렇게 길지? 설명도 여기까지면 안될까요? 사시키 조 선생님..?
- 이라고 속으로, 좀 길다..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개개인의 사정, 그리고 몇개의 사건, 그것이 그들을 이 펜션으로 오게
한 것이다, 라는 건 알겠지만 말이다. 가속은 잘 붙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정도 모이고 무엇보다, 티브이를 통해서 범인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을 인질로 할 때부터는 재미가 있었다.
- 그 전까진 사실, 여러명이 나오기도 했고, 그들의 사정 이야기가 길어선 - 미유키 정도면 충분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와 또 따로이, 카와쿠보 경찰의 활약은 괜찮았다. 그는 이리저리 뛰면서 임무를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건, 아마 경찰들의 이야기 일것이다. 항상 탐정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경찰의 세계도 엿보니까,
그건 사실 의외로 괜찮았다. 그리고 마지막, 난 그 마지막이 좋았던 것이다. 앞부분에 그렇게 넘어가지 않던 것이 반쯤 오면서
가속이 붙더니, 마지막으로 갈수록 좋아졌고, 이 결말이 뭐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게는 썩 좋은, 정말 "그럴듯한"
일이 된 것 같은 것이다. 그리고 카와쿠보 경찰이, 그걸 언젠가는 알아내기를- 물론 책에서도 있었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 이 기묘함의 정채를 알 수 있을까?
-485p 카와쿠보

그러나 아직 사건은 다 끝난 것이 아니였다. 차 안에 탑재된 무전기에선 그를 찾는 소리가 오늘도 들린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또 같은 대답을 한다. 난, 여기에 있다. 라고.

며칠전, 사실 "명탐정의 저주"(히가시노 게이고)를 읽고, 너무 화가났다. 물론 그에게 화가 나는 건 아직 그의 작품에 미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명탐정이 나오지 않는 이 경찰 소설은 어떨까? 처음, 사사키 조의 명성에 비해서, 가속이 붙질 않는다고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는 일단, 뒤로 갈수록 재미는 더해진다. 참 묘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처음이 재미있다면 끝까지
재미있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초반 조금 덜 나가더라도 후반부가 상당히 가속이 붙는 경우가 이 사사키 조의 "폭설권"이다.-
명탐정이 질리셨나요?- 그렇다면, 리얼리티가 탐정보단 좀 더, 나오는 이 소설 경찰소설, 을 한번쯤 읽어보기를.
- 이 소설을 읽고, 사사키 조의 제복수사가 궁금해졌다. 과연 어떨까? 싶은. - 제복수사가 더 재미있다던데..라는 생각.
그리고 뭣보다 작가 자신이 홋카이도 출신이라서 이 폭설권의 히간아레라든다, 하는 것들이 상당히 리얼리티가 있는 것 같았다.
명탐정이 아닌, 경찰이 대신 등장하지만, 그가 "탐정"은 아니라는 걸 인식시키게 해준다. 그는 경찰이고, 분명 또 "여기 있다" 라는 말로,
오늘도 분주히 뛰어다닐, 카와쿠보의 모습에서 경찰소설로서 괜찮구나, 느꼈다. - 가독성만 앞부분에 더해졌다만, 하는 아쉬움은 상당히
크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