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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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애 소설 작가 마쓰 유메이,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한 통의 파란색 봉투가 배달됐습니다. 소설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늘 파란색 봉투에 갖가지 사연을 보내오던 이웃 때문에 이사까지 오게 됐는데, 또다시 그 보기도 싫은 봉투가 배달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 마쓰 유메이는 그저 그걸 무시, 아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날도 짜증스럽게 그 봉투를 연 순간, 어쩌면 판도라가 된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장난이기도 한 것 같은 것이 들어있었으니까 말입니다. 바로, "소환장" 그것도 들어보지도 못한 문예윤리위원회라는 곳에서의 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시를 하기엔 너무나 마음에 걸려 간 곳은 마치, 푸른 수염의 아내가 된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과연 저 계단 밑, 무엇이 있을까? 그녀는 모르면서 내려갔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녀가 가지 말라는 곳을 간 것과 마쓰는 오라고 해서 간 곳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 지하 플랫폼에 한 발짝 내려놓으면서 시작됩니다. 왜냐면, 주위의 많은 작가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뚜렷하게 좋은 소설을 쓴다고도 생각지 않았으나,

그곳에서는 방침 혹은 사상은 과연 여기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고, 2020년이 넘은 지금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곳이었습니다.그곳을 "교육"을 빙자하면서 "수용소"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자유를 말하지만 결코 자유가 아니었습니다.

- 적응되는 작품을 써라. 그것이 좋은 작품이다.

처음, 이 말에 그녀 마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걸 누가 강제할 권리가 있죠? 펜을 떠난 후,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고 그들의 것입니다.

하지만,

마쓰가 진실로 그렇게 생각했던가요? 아뇨,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독자이면서 이웃인 파란 봉투를 피해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다만, 그녀에게 자유가 다 뺏어긴 지금은 그 생각이 절실해진 것입니다. 내 작품들이 어째서..?라고 말입니다.

자유란 것을, 빼앗긴 것입니다. 그것도 내 자유로의 글 쓸 자유를.

인터넷의 쓰레기 같은 글들부터 시작해 명작으로 불리는 글까지 읽히고 쓰고, 그리고 팔리는 지금 이 세상에 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처음엔 몰랐고, 그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었습니다. 이곳을 나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그다음 다가오는 것은 나간다 한들 또 그들이 찾아와 이 상황이 되풀이돼, 영영 끝나지 않을까 봐서,입니다.그게 바로, 자유를 앗아가는 일인 것입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하는 건, 마쓰도 그리고 거기 온 작가들도 그랬습니다. 모두가 말입니다.



_ 그래서, 당신의 소설은 좋은 소설입니까? 혹은 그렇지 못합니까?


그것은, 우리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기리노 자신에게도 하는 것을 우리는 또 압니다. 모든 글이 다 좋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책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그 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고 또 재미없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란 것을 말입니다. 그건, 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모든 엔터테이먼트에 다 해당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좋은 문화를 즐기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문화가 과연 좋은 문화인지, 나쁜 문화인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이런 일이 정말로, 없었던가요.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요.



화려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분명,

암흑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분명, 그 소설 속에서 수용소의 사람들의 말처럼 작가들은 "잘난 척하는 혐오, 차별주의자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랬다고 한들

그 누구도 그들에게 자유를 앗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건,

"시시한 논리 들먹이지 마. 작품은 자유야. 인간의 마음은 자유니까. 무엇을 표현해도 돼. 국가 권력이 그걸 금지하면 안 돼. 그게 검열이야. 파시즘이라고." 본문 317p

당신의 소설은 좋은 소설이냐,의 질문에

그녀가 자문자답처럼 써 내려간 답은 저것일 겁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그 답들은 어쩌면 다 알면서 획일화돼 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가 하면, 아뇨,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어딘가 섬뜩하면서도 <일몰의 저편>은 우리에게 주는 의외의 묵직성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하드보일드를 남성보다 더 강하게 써온 기리노 나쓰오의 선명한 메시지이면서 경고처럼 들렸습니다.

좋은 소설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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