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의 혼잣말 - 일러스트레이터의 섬세한 시선으로 찾아낸 일상의 예쁨들, 그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이야기
조선진 지음 / 니들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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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건조한 사람입니다. 그걸 알기까지는 의외로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전에도 들었던 말이지만, 그냥 흘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말이 들어오면서 아, 하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제 건조함이 촉촉해질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보단 일상의 가까운 언어들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시인의 언어란 그 정확성 그리고 뭔가 범접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림과 함께라면, 시 같은 글도 조금은 내 일상의 어느 부분과 가깝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어쩌면 "혼잣말"이란 단어에 끌려서일 수도 있고요.




이야기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 내리기 혹은 제가 그냥 마시는 커피와 같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머신이 아직 없어선 그냥 인스턴트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진 드립 커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순간이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묘하게 그 시간만큼은 온전한 평안함이 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 같긴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커피가 일상의 어느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참지 않고 마시기로 했습니다. (.....)



네, 작가의 말처럼

참 많은 것들을 이유를 붙여 참아왔던 것들 있어.(본문 62p) 완 다르지만, 말이죠.

그렇게 해서라도 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마 커피를 계속 마시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건, 참는 게 아니라면서 말이죠.


 



작가의 말처럼, 그림은 공감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행을 가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하나의 작은 여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선지 우리의 여행의 순간은, 묘하게도 또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시 만날 수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 한 번이 얼마나 특별한가요? 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지금은 가지 못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웃는 얼굴들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인연이 된다면 또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여행의 주는 특별함은 그 도시가 아름다워서도 있겠지만 "단 한 번의 만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명품 그리고 컬렉션을 모으는 친구에게 불이 나면 들고 나올 하나의 물건에 대한 대답은,

프랑스를 갔을 때 초대받아 갔던 집의 그 노란 조명을 이야기합니다. 그건 다시 구할 수 없으니까요. 명품이나 컬렉션도 물론 한 번만 나오는 한정판일 수 있겠지만 그 친구는 그 조그마한 어쩌면 다른 이에겐 아무것도 아닐 그 조명을요. 그런 것 아닐까요..? 여행, 만남, 그리고 선물. 이 모든 것들을 그 안에 담고 있으니까요.( 전, 그래서 그거라고?라고 정확하게 묻고 싶은 건조함을 지녔습니다만, 그건 분위기상 가만히 있는 게 낫겠죠..)




작가의 유년의 이야기도 불쑥, 하고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또 의외로 잘 어우러집니다. 아마 우리들도 잘 하는 혼잣말이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이걸 해야지 하다가 가끔 산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이 화제에서 자연스레 그와 연관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늘 가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기차를 타고 갈 때 직행으로 간다 해도 중간중간 내리는 역은 분명 있습니다. 마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 주제에서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꺼내는 이야기들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다 공감은 하지 않을지라도 말이죠. 저와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 그림을 보니까

기차 모양의 비행기도 곧 나오겠지, 싶었습니다. 어릴 적 풍선은 내 꿈이고 그게 날아가 버린 후, 텅 빈 내 손을 보면 참으로 묘했던 그 기분도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속,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찾을 수 있었던 그 무언가도 있고, 공감과 또 나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카페, 건물, 여행,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 또 나만의 혼잣말을 하듯, 그림들도 분명, 같은 그림이지만 각기에게 다른 사연들로 다가오는 그런 #그림들의혼잣말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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