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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은 2004년 이미 등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이제서야 손에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끝이 보이는 칼날 역시 보았습니다. 아버지들에게 엄마를 일찍 여읜 딸은 그것만으로도 안쓰럽습니다. 그리고 여느 날과 조금 달랐던 것은 불꽃놀이가 축제가 있었고 이제 그 딸을 아주 조금씩 내보낼 준비를 하면서 이쁜 유카타를 입혀 보낸 그날 일어난 일은,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난 그 직후에 찾아오는 어둠이었습니다.


나가미네 시게키, 그의 딸 에마가 발견된 것은, 며칠 뒤였습니다. 그것도 강에서 파란 비닐에 싸여 사채로 말입니다. 그 불꽃놀이 후, 조마조마했던 마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제발 살아만 있어주길 바랬던 마음을 배신하기라도 하듯 그렇게 말입니다. 그 마음이 지옥 저 밑바닥으로 떨어진 아버지였습니다. 그냥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님을 발견 당시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더 끝 간 데 없는 곳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네, 몰랐다면 몰랐을까 그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을 알았다면,
그리고 그들이 실수가 아니라 철저히 한 소녀를 그렇게까지 유린하는 것을 보게 된 아버지는 아마도 제정신일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은 에마와 같은 미성년자이고 결국 소년법에 의거, 고작 몇 년만 있으면 그것도 "법의 테두리의 보호를 받으며 출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가겠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요. 아니, 그 일을 키득거리면서 제2의 제3의 에마는 나타날 것입니다.
법의 테두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법, 아니었던가요?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감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울의 무게는 힘이 큰 쪽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니 일부러 가리면서 낮은 목소리를 향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법은, 힘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이 죄를 짓고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에게 죗값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악아 판사 중, 강요한 판사.
힘 앞에서 무력한 것이 법이라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그 소년들은 힘이 없더라도 합법적으로 웃으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에 아버지 나가미네는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아버지뿐 아니라, 소설은 형사들의 내적 갈등도 다루고 있습니다. 누가 더 나쁜가, 어째서 피해자인 아버지를 잡아야 하는가 이 모순에 그들은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소년들이 "나이가 어리다"라는 이유만으로 용서를 쉽게 받는 것,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금 "촉법소년법" 혹은 소년법 때문에, 2004년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참 묘했습니다.


지금 연쇄 살인마에게 서사를 주자는 말씀이십니까? 살인은 이유를 불문하고 한 가정을 파탄 내는 가장 잔혹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그런 살인마에게 서사를 부여해 주자는 말씀이십니까? - 드라마 괴물 중.
언제부턴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서사를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 "가해자의 인권"이 과연 "피해자"보다 더 무겁냐고 묻습니다. 분명, 정당한 살인 따위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될 수 있는 살인이 존재합니다. 그때, 우리는 그 피해자였던 이에게 가해자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정말, 가해자인가?라고요. 나가미네의 경우도, 또 다른 딸들을 잃은 자들도요. 그들은 아픈데, 매스컴은 그저 가십거리로 흥밋거리로, 시청률로만 삼고 있고 경찰은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나마 이 경찰들은 .. 질문이라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17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가 됐는데 이 문제는 아직도 화두입니다. 하지만 분명 어리기에 "갱생"의 기회는 줘야 한다, 지만 또 아주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정말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사람.. 도 있겠지만 그중, 한 사람라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 한 사람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또 법이기도 하지만 너무 잔인하다, 싶었습니다.

<방황하는 칼날>은 그렇게 심각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가독성과 재미를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 자신은 그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묻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면서 말입니다. 분명, 그가 잘못한 것임에도 그렇게 그려지지 않음에 무게가 살짝 나가미네일까 싶으면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말을 통해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소설 속에 있었습니다.
책장을, 열어보면 아마, 그중 누군가는 분명 당신과 같은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정의라고 칼날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나? 오리베는 의문을 품었다.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칼날은 진짜일까? 정말 악을 벨 힘을 가지고 있나?
본문 534p, 오리베.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