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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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시작은 그랬습니다. 마치, 이방인처럼요.

'상중(喪中)이라 새해 인사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_라는 엽서가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3년 전 이미 헤어진 연인의 죽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 특히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부고는 후타에게 안타까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으니까요.

펫 시터, 그의 말을 빌자면 말이 좋아 펫 시터이지, 실상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의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란 거죠. 하지만,

후타는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어머니가 걱정을 해도, 그 일은 자신이 택한 일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패스를 하세요.




3년 전 헤어진 연인의 부고, 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4년 전 사귀었고 헤어진 모토하시 란의 블로그는 그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설마, 인 것이죠. 그의 말처럼


"그래, 장난이겠지.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둘이나 죽었다니. 그런 우연히 있을 리가 없잖아?" 본문 30p


하지만, 두 명까지 그런 느낌이 들자 그 기묘함은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연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세 번째 연인이었던 하야시 에미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행방 역시 묘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들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들이 말했던 그 모든 것들은 거짓과도 같았던 것입니다. 란, 미사키, 그리고 에미리까지 만났던 적이 없었고 그 혼자의 상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말이죠. 만약 유키에가 없었더라면, 미사키를 만난 일부터 부정당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그녀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아니, 왜 죽은 것일까요? 그 접점은 아무것도 없었고 단지, 하나. 후타의 연인이었단 사실만 존재합니다. 서로 만난 적도 없고 각기 다른 환경인데 어째서인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 의심은 내가 혹시 해리성 인격 장애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래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의 추적이오.



하나를 찾으면, 하나가 안 보이고,

하나가 보이면, 또 다른 하나가 숨어버립니다.

그리고 유스케의 도움으로 찾은 엽서의 주인공, 미사키의 어머니를 간신히 찾았는데 되려 거기서 그는 부정당합니다.

도대체 왜일까 어째서 다들 나를 거부하는 것일까. 어째서 세 사람에 대해 감추려 하는 것일까. 어째서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본문 167p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혹시,라는 의구심도 가지게 만들면서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면서 그 진실의 순간이 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초반 부분 작가가 많은 힌트를 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 아닐까, 싶었는데 네, 그 부분은 아마도 조금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는 읽어내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차렸지만, 그 진실의 또 다른 이면, 을 보는 순간, 왜 그가 펫 시터여야 했는지 왜 작가가 유스케의 과한 행동들을 굳이 넣어야 했는지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어색한 듯한 이질감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진실은, 그리 제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고

늘, 더 깊숙이 폐부를 찌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제겐 그랬습니다. 그 웃음 뒤에 숨어있었을 그 칼날에 찔리는 울음이 있었습니다.

마치, 파란 장미와 같았습니다. 지금의 파란 장미는, "파란색에 가장 가까운"일 뿐,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지만 이만큼까지 오기까지 얼마큼이 걸렸을까 싶고 또 어쩌면 그 불가능한 일은 가능하게 될지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 위한 하나의 과정 속, 누군가들은 그렇게 푸른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란 장미와 같은 그녀들은 숨기려 하는 사람들 틈 사이, 아마도 찾아주길 바랬을 겁니다.

그리고, 찾고 나면 그에게 줄 러브레터까지 미리 써놓았습니다. 왜냐면, 그게 증거고 그에게 줄 유일한 선물이고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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