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의 수기로 시작합니다. 그 수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_ 요리코가 죽었다.


이야기는, 이방인의 서두처럼 그렇게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한 것으로 시작합니다. 가족,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가 쓴 이야기는 처연하기도 합니다. 14년 전의 불행, 그러니까 그 순간을 담았기 때문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때, 이미 그는 아내의 배 속의 아들을 잃는 상실감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사랑하는 아내는 그때 자유롭지 못한 몸,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슬픔을 가지고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남은 딸, 요리코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그 어느 때에 발목을 잡는 것, 그것이 가족이란 이름입니다. 살아갈 이유, 그것은 그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 수기는 유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목숨만은 건졌기 때문입니다. 죽고 싶던 사람에게 삶이 주는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요리코의 죽음은 기묘하게 원치 않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학교에서는 명문교이기 때문에 안고 가야 하면서도 버려야 할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의 죽음에 그저 또래의 친구들만이 아주 낮게 노래를, 레퀴엠을 듣고 부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도 또, 노리코를 위해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그 또래의 소녀들은 잊기도 쉬울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소녀 요리코의 죽음에 명문재단은 나,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이 일을 맡깁니다. 미스터리 소설가이면서 꽤 이름이 있고 그가 사건을 맡는다면 이 사건의 시선을 조금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는 계산하에, 그리고 나, 노리즈키는 흥미가 동해서였습니다. 그것은 이 수기를 읽은 후, 였으니까요. 기묘한 수기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어째서"의 의문을 풀기 위함으로 나선 것입니다. 제3자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이 사건을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이란 종종 가까이 이웃한 누군가에게 모든 죄업을 뒤집어씌우곤 합니다. 때론 거기서부터 비극이 태어나죠. 니시무라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진정으로 증오해야 할 적을 잃어버리고 손이 닿는 곳에서 증오의 표적을 정해버린 겁니다. 증오란 결코 이성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본문 113p 나카하라 형사가 노리즈키에게.



탐정이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범인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을 찾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가 개입한 이 사건은 제3자이기에 더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감과 눈으로서 그가 찾아낸 것과 또 그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무언가 아주 속에 잡힐 듯한 그것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또 어른들이 아닌, 요리코 또래의 아이들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슬퍼하던 친구들은 나중엔 잊을지라도 지금 당장은, 친구의 죽음에 무언가가 하고 싶을 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가 알아낸 것은 악몽이었으면 싶은 것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렴풋하게 짐작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필름에서 보지 못했던 아니, 현상되지 못한 그 사진 한 장을 그가 발견하는 그 과정은 지루함 없이,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는 조리개처럼 그의 눈을 통해서 보아낸 것을 말합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또 전개될수록 조금씩 우리는 노리즈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같이 진실에 접근합니다. 분명, 이상한 지점은 다 다를지라도 그의 말에 수긍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현상되지 않은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분명, 그 사람이 "몰라서"가 아니라 "일부러"인 그 까닭이 있었기 때문일 테지만, 이미 그것은 또렷한 사진으로 나와버렸습니다. 

이 이야기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제겐 충격을 가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필름으로 알고 있던 그 이야기가 또렷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보다 더 다른 곳에서 말입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 왜 한쪽 눈을 감아야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저, 말입니다. 죽은, 요리코를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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