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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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 그만큼 폭탄 같은 단어도 없습니다.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족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가족이 된 경우도 있으니까요. 사나에에게 겐지는 선택이었으나, 그들 사이에 아들 지카라가 태어나면서 필연이 됩니다. 각자 남자가, 여자가 되기도 하지만 또 "부모"가 되니까요 지카라에겐 태어나자 그들이 이미 끈으로 아주 이쁜 니트와도 같았고 그 가운데 가장 이쁘고 정성스럽게 수 놓인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가정은, 깨어지지도 않고 행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어느 날의 교통사고와 또 그로 인해서 야기된 스캔들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밤의 일은 그 가정을, 송두리째 풀어헤쳐 놓았습니다.




행복했던 작은 웃음들은, 넉넉지는 않았으나 그리 모자라지도 않다고 생각하던 그 조각조각들이 허공의 편린들로 날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작은 행복, 그것은 기어코 작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몰랐고 그리고 그렇게 쫓기듯, 여행을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둘이서 도망쳐 보자. 본문 140p, 사나에가 지카라에게


그렇게, 사나에와 지카라는

어머니의 친구가 있는 사만토에서, 이에시마 그리고 정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벳푸에서 마치 사나에게 하던 모래 쌓기처럼, 그렇게 또다시 무너진 듯 무너지지 않은 상태로 그들이 찾던 이, 미워히지만 또 가장 그리워하고 있는 이, 겐지를 찾아 떠나 센다이로 떠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모래 쌓기는 의외로 시간이 걸립니다. 그게 무너지는 그 시간이 참 허무하게 짧은 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마법, 그들이 머문 곳은 사진관 바로 시간을 관장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사진 작업은 어제와 내일, 양쪽과 관련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어제와 내일?"

"그래, 잃어버린 "어제"를 되찾도록 돕는 일과 앞으로의 일, 즉 "내일"의 추억을 남기는 일. 여기서는 그 양쪽 일을 하고 있어."

본문 346p, 고타로, 지카라에게



잃어버린 어제, 그리고 그리고 앞으로의 내일. _ 그 어딘가에 속해있는 사나에, 지카라 그리고 겐지. 그리고 그들이 하나씩 어제에 품었던, 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실은 풀어놓지 못한 "비밀"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은 아주 단순한 엄마와 아이의 여행에서, 왜 그렇게 매스미디어에 쫓기는지, 그리고 그들은 실은 각자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일이라면 그 "어제"는 지나갔기에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입술이, 이제서야 열립니다.

창을 열면 그 유리가 바람에 부서질 것 같아서 열지 않았듯이 그렇게 꼭 다문 입술들이 열립니다.

그 입술은, 말합니다.

실은 아주아주 너를 많이 생각해서 그 말을 묻지도 못했고 걱정해서 말하지도 못했고,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사랑해,라는 말이란 것을요.

어쩌면,

바닷바람이 불어올지도 모르고 이미 깨어졌던 창이기에 또다시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바닷바람에 당한 창문은 더 튼튼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열린 입술들의 말이 기어이 "가족"이란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더 강해지는지 또 얼마나 그 약함이 강함을 발휘하는 지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차가울 것만 같던 칼날이 불에 연단했을 때, 어떻게 될까?의 문제일까 싶으면, 아니오, 결국은 "가족"의 문제입니다. 뜨거울 것만 같던 불 안에서 아주 잘 연단되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나에가 하던 그 모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또 이리 공들여 쌓았지만 무너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사실,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된다고, 살짝 웃을 수 있게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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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후, 2018년 서점 대상까지 거머쥔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입니다. 이 책은, 이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요. 아마도, 계속 그녀의 작품을 읽을지 혹은 아닐지는 독자들에게 달려있을 것 같습니다. 제겐 살짝 그녀가 "차가운 ..."으로 시작해서, "열쇠 없는..."의 츠지무라 미즈키를 기억했다면 이 작품은 따뜻함과 그 안에 살짝 숨겨져 있는 미묘한 것이 있어선 초반에 조금 응? 하다가 호, 하고 읽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 외딴 방"을 좋아하셨던 작가라면, 이 책은 아마도 상당히 만족해 하실 것 같습니다.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정답은 없을지 혹은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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