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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평점 :

지금의 오페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죠. 미술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듯 지금의 오페라도 시대에 따라 또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오페라의 개혁점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신화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로 많이들 알고 있는데 신화가 그 끝이 새드엔딩이라면, 오페라는 어떨까요? 사람들은 무대의 환희, 웃음을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성들이 음악을 할 수 없어선 파리넬리로 잘 알려진 거세된 남성 즉, 카스트라토가 여성의 역을 담당할 때, 초연 당시는 카스트라토가 오르페오의 역을 맡았다고 하니, 어쩌면 그 시작부터 혁명적(?!) 일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물론, 오르페우스라는 인물의 특이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런 오페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작가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는, 솔직히 초반, 저 부분 외에는 알지 않을까 싶었고 그림과 어떻게 연결된단 걸까?라는 의구심을 당연히 품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참 잘 알려져 있는 오페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음모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감미롭다와 함께 바로 <쇼생크 탈출>에서 음악에 문외한이 죄수들조차 반한 곡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당연하니까요! 그들은 늘 그런 "음모"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그것을 꿈꾸지만 사실 해피엔딩이 아닌 피가로의 결혼, 그래서 더 달콤한 속삭임이지만, 누군가는 성공하면 "오페라의 개혁점" 같은 것이 되죠.
어쨌든, 이런 귀족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오페라에도 <사실주의>의 바람이 붑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필리이치>에서 또 <리골레토>에서 둘 다, 광대입니다. 그들이 아내의 부정을 그리고 딸이 유린 당함을 보고서도 어찌할 수 없는 그 신분, 우리나라도 그렇듯 결국 오페라의 배우들도 어쩌면 광대니까요, 그런 그들의 심정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잘 설명돼 있었습니다. 과하지 않게요.

오페라 <루살카>는 여인이 중심입니다. 바로 체코판 "인어공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그런 설화들은 원래 조금씩 각색되기도 하니까요. 인어공주와 <루살카>의 차이점은 왕자의 선택에 있다고 합니다. 인어공주는 여인을 뜻하는 달, 그리고 그녀의 고향인 바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레 생각나는 작가는 바로 우리나라의 김환기 작가였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푸른 빛도 그리고 달도 많은 건 어쩌면 그런 여성스러운 느낌이 숨어있어서 발길을 잡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달밤이 중심인 또다른 오페라 <몽유병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설레고 있었으나, 그 몽유병으로 일어난 한밤 중의 해프닝,그러나 해피엔딩. 그 달밤이 모든 것을 감미롭게 덮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그 한밤 중 그녀는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었기에 환희에 가득찬 그리하여 겨울을 지나고 피어난 아름다운 아몬드 나무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에 가장 남았던 것은 푸치니의 <라 보엠>의 무제타였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대표적으로 <나비 부인> 같은 여성이 순종적이며 지고지순한느낌인 반면에 <라 보엠>에서 무제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미미이지만 2막에서의 그 농염하면서도 야망을 지닌 여자 대놓고 사랑보단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인 무제타가 2막에서만큼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만큼 아주 매혹적인 여성을 창조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아리아 역시도 여성적인 서정감은 물론이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기묘한 히스테릭함까지 담은 아리아<홀로 거리를 나설 때면>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제임스 티소의 <야망을 지닌 여인> 다른 이름으론 <환영회>(야망을 품은 여인) 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미술 작품들과 함께 아리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반 살짝 아는 이야기 같.. 하는 생각은 어느새 작가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빠졌지만, 아쉬운 것은 그림에는 충실한 것 같지만, QR코드로 잠시라도 이런 아리아다, 라는 것이 있었더라면 훨씬, 이 이름 <그림으로 읽은 아리아> 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림은 봤으나 그걸 읽어낼 아리아를 글로 더 많이 읽어낸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네, 서사가 있고그에 따른 그림이 있다면 더더욱 오페라는 가까워질테고, 오페라의 꽃이라는 아리아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야기란 묘해서, 그에 따라 가다보면 주인공 보다 또 나와 가장 가까운 누군가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또 주인공이 별로였다가도 그들의 아리아에 넘어가 또 그들의 서사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명화와, 오페라 클래식의 접목 자체는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앞에 이야기한 QR코드의 활용이 그래서 또 더욱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