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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ㅣ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일들은 갑자기 시작됐습니다. 행복하게 살던 도로시에게 온 회오리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들은 예고 따윈 하지 않고 오는 것 같습니다. 잭 메커보이에게 2주 뒤의 해고통지도 그렇게 회오리바람처럼 날아들었는가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순순히 물러나려는 그에게 회사에 대한 아주 소심한 복수,라는 말이 그렇게 회오리바람처럼 날아든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이 시작됐습니다만, 그건 끔찍한 여행이었습니다. 이미, 연쇄살인마 "시인"으로 유명해진 기자인 잭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연쇄살인마"였습니다. 처음엔 그저 소심한 복수에서 진실의 찾기로 변하는 과정 속, 그 사건의 유사성을 찾아낸 자신의 후임인 안젤라 쿡은 어쩌면 판도라의 뚜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잭 메커보이가 열린 뚜껑으로 본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는 사건 두 개였고 그 일로 말려들기 시작합니다.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IT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우리에게 오즈의 마법사는 어쩌면 그 IT 세계가 이제는 "허구"를 뛰어넘어, 우리의 모든 것을 점령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턴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이 편리하다,라는 아주 달콤한 마법과 같은 주문으로 우리는 도로시가 돼, 그곳의 세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정작 열어야 할 것들을 열면서 그 안의 판도라 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아주 나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뚜껑을 어쩌면 가장 처음 먼저 열어본 잭의 후임으로 올 안젤라 쿡은 그렇게 당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녀의 욕망이 거기에 자리 잡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녀를 그렇게까지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도, 그로 인해서 살인범으로 잭이 오해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 그 세계의 중심에 있는 것을 찾아야만 그는 오해도, 그리고 안젤라의 죽음에 아주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었을 지도 몰랐고 앞으로 또 일어날지도 모를 "그녀들"과 누명을 "그들"을 구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건, 그리고 범인을 "추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드러나 있는 범인과 나, 잭 맥커보이의 치열한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독자인 나는, 잭과 카버가 서로 어떻게 속이고 어떻게 밝혀낼 것인가? 포인트는 그것이었습니다. 카버가 누구일까? 가 아닌, 다 아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두뇌싸움을 말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미스터리 속에서 "숨겨져 있는 범인 찾기"를 즐기는 독자가 아니라, 그들의 스릴을 즐기는 독자라야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경우는 전자라서 초반에는 조금 몰입이 쉽지 않았습니다만, 중반에 오면서 본격적인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자 페이지는 빨리 넘어갔습니다.
레이철이 그를 도우면서 잭에겐 행운이었고 진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레이철이 심리적인 면을 관철하는 프로파일링까진 아니라도, 뭔가 그녀의 활동을 기대했으나, 초반 나왔던 활동은 마지막 잭 매커보이의 활약을 거두는 초석이 됐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모든 것을 의심했더라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믿어버린 것, 그것에 대한 대가는 꼭 따르며, 잭 역시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냉철해서 그 순간의 쾌감보다, 다른 것을 택했더라면 어쩌면 좀 더 빨리 풀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인과성이 아니라도, 잭과 레이철의 행동이 너무나 아쉬워선지 중반부까지 쫀쫀하다가 후반부 맥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끔찍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도끼날이 이마에 박힌 것 같았다. 무자비한 고통이었다. 그는 누군가가 그 통증을 멈춰주길 바랐다. 고통에서 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본문 446p 카버
외면했던 진실,이라고 잭은 그의 아주 작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가 그렇게 끔찍하게 되어야 했던 이유를. 그저 그런 쾌락범이 아니란 것을 말입니다. 아동학대. 그것은 그저 학대가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고 지쳐 있을 때 그 끝에 있었던 그 성적인 것을 포함해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을 거라고. 물론, 그의 죄는 가볍지도 않지만 그것 또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요. 그가 왜 그렇게 다리 보조 장치를 이용했는지, 왜 댄서들이었는지 _ 그 모든 것이 바로 "어머니"로 향하고 있었고, 어찌 보면 "아버지 없는" 소년이 가지고 싶었던 욕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진 것 또한 많았습니다. 명석한 두뇌로, 천재적인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을요
그러나, 그는 허수아비가 갈구했던 두뇌는 가졌지만
사자와 양철 나무꾼이 갈구했던 용기와 마음을 잃었습니다. 진실을 대면할 용기를,
그리고 그것들을 용서할 마음은 없었던 것입니다. 아니,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습니다.

그는 끔찍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도끼날이 이마에 박힌 것 같았다. 무자비한 고통이었다. 그는 누군가가 그 통증을 멈춰주길 바랐다. 고통에서 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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