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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요틴". 네, 바로 "단두대"입니다. 우리가 그 앞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는 그에 앞서는 "공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 그것이 가져다주는 것은 나만 피해 갈 수 없는, 언젠가는 닥칠 그 죽음의 사신과의 만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극대화한 한 것, 그것의 앞에서 환호를 외치는 이들을 보면서 두렵고 죽음 앞 처참함 앞에서 두렵고 그리고 마지막은 그 시신들을 수습하는 손길에선 또 기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기담(奇談)이라고 있습니다. 네, 한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무서운 이야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공포가 가미된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저도 이 제목 때문에 골랐습니다. 그 당시 제가 읽고 있던 책 역시 기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작가의 우리나라 기담은 또 어떨까, 하면서 어쩌면 도시괴담을 좀 극대화한 이야기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환생"으로부터 시작해, "죽음의 크리에이터"로 끝납니다. 이 제목들을 보면서, 생으로 시작해 사로 끝마친 작가의 센스에 미소 지어졌습니다. 어쨌든, 환생 편은 들어봄직한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유추가 가능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살짝 오싹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그렇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의외로 그런 오싹함보다는 조금 한국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기담"의 안에 숨겨놓은 것들은 그렇게 기요틴처럼 차갑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어선 쭉 읽어나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는 죽은 척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환각을 본 걸까. 더 이상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본문 257p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몽환적인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사실 그 꿈에서 깨어난 순간,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제게 묻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모식"이던가요. 왜 이야기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 제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조금 웃으면서 읽다가 씁쓸해지는 그 쓴맛이 있었습니다. 암흑 속에 익숙해지면, 그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말입니다. 우리는 어둠의 반대편에 있길 원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깜깜한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그것은 외로움의 정체일 수도 있고 고독함일 수도 있고, 그래서 마지막에 "죽음의 크리에이터" 속에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했습니다.
책은 아주 기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어쩌면 괴담처럼 다가왔다가 그저 슥, 하고 스쳐 지나갔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책은 "한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의 기담 혹은, 서양식 기담에서 조금 벗어나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 꼭, 살아있는 아름답고 예쁘고 평화로운 것을 그런 그림만 그림인가요? 나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대답은 바로 듣지 못해도 좋습니다. 본문 145p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책 아닐까요?
그렇게 암흑 속에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우리들에게 왜 그 어둠이 그리고 평화롭고 빛 속에 있다면 그 반대편을 생각하는 자들도 있다고요 그리고, 그것은 또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선이 그것들에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러니, 괴담을 기담처럼 그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그렇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