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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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유무는 이곳, 히라카와 지방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잦은 전학이었으나, 그럼에도 이번이 아마도 마지막일 테고 그동안 짧으면 짧은 대로 학교생활을 잘해오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렇게 보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고교 진학을 앞둔 터라,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은 소년티를 벗으려는 중학교 3학년이었으니까요. 게다가, 학교는 거의 폐교 직전의 자신이 이 학교의 마지막 중3 졸업생이 된다는 사실도 실은 잊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타지인", 그들의 말로는 "도시 따라지"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아유무는 이 곳은 그저 "거쳐 가는 곳"일 뿐이어서일 겁니다. 그럼에도 학교의 친구들은 그를 마중나와 줬던 것입니다. 별다른 인사도 감정도 없는 아유무에게 말입니다. 잦은 전학은, 그에게 "적응"이라는 것을 선물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반의 아키라를 비롯해 권력서열까지 짧은 시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참새잡기" 놀이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재미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이 놀이는, 그저 단순한 놀이가 아님을 알아버립니다. 처음은, 그저 우연이겠거니 혹은 그런 운명도 있겠거니 했는데 늘 걸리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도 운명일지 모르겠습니다. 당해야만 하는 운명.

반의 중심인 아키라가, 그렇게 "만들어내는" 운명입니다. 거기에 순응해야만 하는 이유는 섞이고 싶지 않아서였고, 미노루처럼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게임에 아키라의 속임수가 포함되어 있어다 면, 그렇다, 그는 가장 위험하지 않은 상대가 칼을 소유하게 만든 것이다 본문 59p,


공부하다 쉬는 시간에 무심코 국어사전을 찾아보다가 `참새빛 시간' 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황혼녘을 가르킨다고 한다. 본문 103p



그리고,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곳을 떠날 시간이 말입니다. 오봉까지 보낸, 축제의 거의 막바지였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릅니다. 아유무는 말입니다. 그 "참새잡이" 놀이를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일어난 이 기막힌 일들이요. 어째서, 자신에게 그 화살이 돌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아유무는, 정말 몰랐을까요..? _ 몰랐지만, 알았고 알았지만 몰랐을 겁니다.

왜, 아키라가 아닌 자신인 줄은 또 몰랐을 겁니다.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그 말을 들을 줄은요.

왜냐면, 늘 그러했으니까요. 자신은 그저, 그렇게 "떠나가는 이"였습니다. 제대로 된 "배웅"도 그래서 제대로 된 "마중"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일 열받았었어!" 본문 154p, 미노루, 아유무에게


그리고,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 마지막 때만 잘 견뎠더라면,일까요..? 아니면,일까요?

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담합니다. 아니, 고요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어딘가의 뇌관이 터질 듯 혹은 아닐 듯했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주는 그 분위기는 어쩌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참새잡기"가 그렇게 가혹한가 하면, 네, 그랬습니다. 제 저 마음속의 잔혹함을 끌어냈으니까요. 말하자면 미노루가 당하는 걸 보면서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와 함게 기묘하게 미노루가 당하는 그 일들이 가혹한가?라고 묻습니다. 딱히 아닐 것 같다,라고 말할 수도요.

하지만, 미노루가 당하던 그때, 특히 염산의 장난 등은 가슴을 쓸게 하면서도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반짝거리는 저를 봤습니다. 그러다가 아니라서 다행이구나와 동시에 어딘가 서운해서 깜짝 놀랬습니다. 난, 무얼 바랬던 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요. 어쩌면 그 아이들도 그랬을 겁니다. 분명, 그 또래의 잔혹성은 드러내지 않고 숨겨져 있으니까요. "불길함을 태워서, 마을 밖으로.."라는 저 책 뒤의 말은 싸했습니다. 무엇이 불길했던가요? 외지인입니다. 결국, 마을 밖, 이곳을 떠날 사람은 "불길함" 이란 것입니다. 그게, 미노루에게 부지불식간에 스며들었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한 말은 아유무의 그 태도에도 있었고 아유무 역시, 이곳에서 배타당하고 있었단 것입니다. 잘 적응하고 있었던 것보단요.





잘 넘어가던 책장이 어느 순간 무거워지면서 갑자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보기 시작하니, 작가는 "대조의 미학"을 너무나도 적재적소에 쓰고 있었습니다. 아키라와 미노루 사이도 실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애증이라고 생각한다면 혹은 아유무의 방관에 대한 조소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불단으로 인해 왔을 때 아유무의 어머니가 내놓은 가지 요리 그건 일본의 오봉에 "가지로 만든 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돌아가신 시어머니들이 올 땐 자손들이 보고파 말로 오지만 갈 땐, 늦게 가고 싶어 소를 타고 간다,라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이야기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아니, 솔직히는 "방관하는 모습"들은 사라졌던가요?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쭉, 사람들은 폭력의 모습에서 방관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건 예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디 가는 "가지 소"는 아유무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더더욱 그걸 안다면 아마도 작가의 치밀한 계산을 눈치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봉이란 것은 축제입니다. 축제에 일어난 그 참사는 더더욱다나 핏빛으로 물듭니다.


이 작품은, 초반 상당히 유려한 문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나? 했으나 그 외엔 뭐가 있을까? 했던 그때에 이 작품이 제게 준 것은 뻐근함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유무의 자리에 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방관자란 자리에서, 배웅 불을 들고 있어야 하는지 혹은, 내가 그 불의 주인공인지를 말입니다.


참새빛 시간, 그것은 황혼녘의 시간이고 그것은 또, 우리가 말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 그리고 참새빛 시간과 참새잡기. 축제와 참사, 마중 없는 배웅. 그리고, 조용한 방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그 문 너머의 비명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라면서 외면하는 그런 시간,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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