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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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츠요시는 점퍼 주머니를 더듬었다. 지폐 뭉치는 들어 있지만 톈진 군밤 봉투는 없었다. 어디다 떨어트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본문 26p

츠요시가 떨어트린 것은, 동생 나오키가 좋아하기 때문에 집어 든 톈진 군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품 안에서 사라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때 떨어트려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따뜻한 마음을 내던진 것입니다. 가족이라고는 아니, 혈육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위한다는 그 마음을 버리고 택한 것은 물질이었고, 그 때문에 자신은 그럴 생각은 없었다지만 결과는 누군가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버렸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형은, 동생을 위해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결국, 그 형은 강도 살인자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편지,입니다. 형에게서 편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소식을 전하기만 했고 나오키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 벚꽃의 도장 즉, 교도소의 범죄자란 표식이 찍힌 편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뿐인 형을 외면할 수도 없었지만 자신 앞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그 편지들을 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에겐 "살인강도자의 동생"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버렸고, 벚꽃이 아주 그 짧은 봄,

잠시 피는 것처럼 나오키에겐 그 짧은 시간만 지나가면 되는데 그 꽃이 찾아옵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되어선요. 그럼에도, 형이니까.. 가족이니까, 하지만, 정말 그런 것 따위,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어졌습니다. 왜냐면, 그 형이, 번번이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편지와 같은 악보. 그 안에서 발견한 하나, 희망. <이매진>

<이매진>이야.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본문 448p, 나오키, 데라오에게


의식주에서 떠나, 나오키가 가장 열심히 하고 싶었고 열정을 품었던 그 음악의 발견은 바로, 그 이매진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를 편견 없이 봐주는 친구 데라오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어째서일까. 이 모든 것은 형, 때문이다. 세상의 눈이, 그를 온전히 그로 봐주지 않는 것은. 배경이야 원래부터라지만, 그 외의 모든 그 자신이 능력도 실력도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내가 문제가 아니라, 형 때문이라고 그렇게 화살은 돌아갑니다. 아니, 실제로 그러니까요.


사랑도, 설사 그것이 야망을 품었다 한들 남들도 다 가지는 그 마음 한구석조차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왜 또 모를까요? 설사 그것이 성립됐다 하더라도 그가 온전히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냉기가 흐르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럼에도,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공평한 것입니다. 그 결과에 대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받는 의심의 눈초리들은, 그의 따스한 봄날에 눈이 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벚꽃처럼.

늘, 결정의 순간마다 오는 벚꽃의 편지. 마치, 자신이 죄인이 아닌데도 수인번호를 새로 받는 그 느낌의 편지는 이제 그만인 것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가정을 이룬 후, 자신의 배경을 다 알지만 그럼에도 또 새로운 "가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형보다 우선시 되어야만 하는. 그래서, 나오키는 형에게 편지를 씁니다.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이 돼 보니 알 것 같은 그 마음으로, 그리도 또 다른 피해자로서 진심을 담아서 말입니다.




이 소설, <편지>는 이미 일본에서 오래전, 영화화와 작년 겨울 드라마화됐었습니다. 오래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그만큼, 이 작품이 주는 울림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누군가들을 볼 때, 그 사람 그대로 보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아닙니다. 그 사람의 배경을 안 볼 수 없습니다. 저처럼 평범하면 좋고 그리고 공통점이 있다면 또 더 좋고요 하지만 그 평범한 친구가 어느 날 즉 가해자의 가족이 되었다면 더 이상 이전과 같이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츠요시는, 그 군밤을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미화인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아주 작은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품 안에 남아 있던 것이 그 군밤이었던가요? 아닙니다. 그저, 돈이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그의 편지를 거부하고 있는 나오키가 밉지 않았던 것은 그는 그 연민으로 지탱했을 뿐이니까요. 그 잘못된 기억처럼 말입니다.





누군가를 죽인 후,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요? 내 손에 묻은 피는,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내 눈에는 매일매일 선명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해한 사람을 우리는, 배려하고 안아줘야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가족에게까지 차디찬 눈으로 보는 것은 거두자는 것일지도요. 하지만, 또 말합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를요. 그리고, 또 말합니다


- 사람에게는 관계라는 게 있네.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말일세. 누구도 그런 걸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지. 그래서 살인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걸세. (중략) 자네 형은 말하자면, 자살을 한 셈이야.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남겨진 자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이 벌을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까지도 자네 형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란 말일세.(중략)


-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본문 362-363p, 히라노 사장이 나오키에게.



그리고, 히라노 사장의 말이 정답일까요? 그는 가혹하게도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정답은 없었습니다. 그 스스로는 냈을지 몰라도 책을 읽는 동안, 정답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인가 아니면 가족이기 때문인가는 우리가 그리고 그들이 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츠요시는 자기 연민에 빠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미화가 그랬고 실은 생활고 때문임을 동생의 학비의 핑계를 댔고 그렇게 하나씩, 둘씩 말입니다. 그래야 버텨내는 삶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보낸 편지는 그래서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었을 겁니다. 나오키에게, 또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또한 사죄의 마음을 담아서가 아니라, 그 깊은 자기 연민으로 말입니다.

그 연민이란 껍질을 벗어야만 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한 사죄란 것, 그리고 진정한 뉘우침이란 것은요.

그래서 읽는 동안 어쩌면 나오키의 입장에 있을 수 있었지만

또 그의 입장만이 될 수도 없었던 그 순간순간들이 말해주는 것의 해답의 열쇠는 참으로 어렵지만

아주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족이란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오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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