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화점은 백이란 숫자가 그렇게도 커 보일 수 없을 때, 그만큼 많은 물건을 파는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호시노 백화점이 있습니다._ 그 백화점은 늘 그렇듯 그 자리에 있어줄 것만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던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과거의 나라로 가버린다. 흐름은 급박하고 빨라서 일단 추억이 된 것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본문 127p


시간이란, 그 "흐름"은 새로운 것들을 낡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멈추지도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이제는,

화려했던 호시노 백화점보단, 지역의 작고 오래된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곳이 된 것도 인정하는 그런 곳이지만,

이곳을 그럼에도 찾는 사람들이 그리고, 찾지 않을 것 같은 꼬마들, 아이들조차 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호시노 백화점엔 마법의 고양이가 산다. 눈은 오드아이이며 몸은 하얀 아기 고양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호시노 백화점은 "마법의 고양이"가 있단 소문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아주 오래전 이 백화점이 생긴지 얼마 안 돼서부터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마케팅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또 누군가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 그냥 그렇게 아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날 산타클로스가 와서 내게 "선물"을 주고 간다는 사실을 어쩌면 아직도 믿고 싶은 것이기 때문일지도요.



호시노 백화점은 흐름에 뒤처져 조만간 사라진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한 푼이라도 절감해야 할 때인데, 이 백화점에 "새로운" 그 무언가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인포메이션으로도 충분한데도 채용된 "컨시어지"까지 말입니다. 고객들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굳이 지금 이 호시노 백화점에? 싶은 거죠. 하지만, 끝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각장은 종장까지 5개의 이야기면서도 결코 다섯 개만의 이야기는 또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걸인 아사노부터 시작해, 꿈의 신데렐라 구두를 놓쳤나 싶었더니 실은 아니었고 여름의 목마 속 남겨졌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던 사토 겐고의 안타까운 이야기의 결말이 있다면 마치 신데렐라 구두와 같지만 또 아닌 사오토메 이치카의 "진실과 마주한 나"의 이야기 등이 우리의 손에 잡힐 듯 아닐 듯 펼쳐집니다. 백화점은 그렇게 수많은 혹은 하나의 물건들을 우리에게 내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창문으로만 바라보던 그 세상을 성냥팔이 소녀가 들어간 듯 그렇게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사연은 살짝 입꼬리를 만들게 하는 초콜릿 선물 상자 혹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습니다.

꿈처럼만 보였던 그 이야기가, 마법처럼 현실이 됐을 때 혹은 아련하게 따뜻하게 남게 될 때의, 그 느낌 말입니다



하지만, 초콜릿은 계속해서 먹으면 달죠. 이 소설은 처음 먹을 땐 그 맛이 여느 일본의 것과 다르지 않지만 어딘가 또 다른 듯했으나 마지막은 묘하게 단 맛이 많구나, 싶었습니다. 바로 일본 특유의 "담백한 힐링"이 마지막 종장에선 단맛이 저는 묘하게 쓴맛을 느껴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잘 먹고 있던 단 맛에 인위적인 느낌 아니, 알고 있는데 굳이 이 맛을 느껴야 할까? 싶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 단맛을 즐거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근데 저는, 마지막 장은 굳이 이 새롭지 않은 맛을 넣어야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건, 먹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게 "마법"이니까요. 마법과 마술은 같지는 않지만, 신기하단 점에선 맥이 비슷한데 그 무대의 뒤를 다 보고 난 뒤의 느낌과 닮았던 것이랄까요..?




어른의 역할은 어린이를 억지로 꿈에서 깨우는 게 아니야. 마법을 꿈꿨던 시절은 나중에 분명 행복한 추억이 될 거야.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기적을 믿었던 기억은 마음 속의 부적이 될 거야. 본문 26p, 아사나에게 유카리가.


마법이란 게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지금도 전 잘 몰라요. 다만 그 한 장의 행운권에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크리스마스에는 멋진 기적이 일어나는 거죠. 이 백화점에는 마법을 부리는 고양이가 있을지도 모르다고 생각하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본문 410p, 니시하라가 유코에게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그럼에도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찾는 것은 어쩌면 그런 "마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억이란 마법을요 하나쯤은 가지고 그래서 살아갈 힘을 얻는 그 무엇을 저 깊은 곳에 숨겨놓은 것 그것이 어쩌면 "마법의 고양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발걸음은 호시노 백화점이 문을 닫지 않도록, 잊을만 할 때쯤 또 그곳을 찾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 마법의 고양이가 진짜 있나요? 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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