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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이 아버지를 죽였다,로 시작합니다. 이방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의 첫 페이지처럼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아나운서를 지망할 정도로 언론에서 말하는 "극강의 미모"에 그 가려진 사건의 베일의 안쪽을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왜의 물음표가 아니라 실은 그저 호기심일지도요. 누군가가 사람을 그것도 아버지인 존속살인의 경우는 더더욱 시선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살인 용의자 혹은 살인자인 칸나는 시종일관 그 베일을 거둘 생각이 전혀 없는 것만 같습니다. 어째서인지 그저, 자신의 죄를 바로 인정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가려져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무엇이 그녀의 눈을 가리고 사고를 가리고 있었을까요? 죄책감인지도, 혹은 다른 그 무엇인지도요.

가족이란,
가장 가깝기 때문에 누구보다 덜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이해를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받는 상처는 바로 그 가족이란 이름의 울타리에서입니다. 가족이니까, 날 더 이해해 줄 수 있을 테고 가족이니까,의 이름으로의 폭력을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되 됐습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인 것이죠. 하지만, 칸나에게는 아니었습니다.
- 세상에 나는, 혼자야. 나는, 버려졌어.
딸에 의해서 아버지가 죽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던가요? 아니면 변했던가요?
칸나를 내담자로서 상담하는 유키는, 또 하나의 자신을 봅니다. 그 거울 속에 자신이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키는 제3자가 아니라 이입하면서 그녀의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베일을 벗는 듯하는 순간에 또 막은 쳐져 버리긴 하지만요.
그녀가 베일을 거두면서 보여주는 신발은 신데렐라의 구두 같기도 하고 화려해 보였습니다. 다 갖춘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 화려한 구두를 벗자, 칸나의 그 상처 입은 다리는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너무나 아파서, 그냥 인정하고 쉬고 싶은 그 마음이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갈구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 그런 것도 학대가 될까?
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상당히 강해, 어린 칸나는 움츠러들어야만 했고,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 "알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그건 그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것입니다. 그녀가 그랬던 것은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래야만, 엄마의 옆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내 엄마니까요.
저는, 칸나를 그렇게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처음의 사랑"을 느꼈지만, 그 엄마는 칸나를 한 번도 그렇게 사랑해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왜냐면, 어머니 역시 칸나와 같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싫었던 것입니다. 깨진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 느낌 때문에 말입니다. 사모님이란 우아한 걸음을 걸으면서도 실은, 언제 실체가 벗겨질까 두려운 아슬아슬한 유리조각을 밟으면서 살아온 저 발처럼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냉정한 모정이, 칸나라는 거울로 보여지고 있었고 그 칸나라는 거울은 또한 상담자인 유키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야 해.
어른의 기대에 따라야 해.
나의 불쾌감과 공포는 없는 것으로 치고.
지금을 바꾸려면 단계와 정리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뚜껑을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척 처신해 봐야, 등에 들러붙은 것의 지배가 계속될 뿐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지금 속은 물론이고, 과거 안에도 있기 때문이다.
본문 25~259p
하지만, 바뀌어야만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저 아픈 다리를 치료할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그리고 상처 입은 이들이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게.
본문 348p
다리는 완전히 낫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상처도 남겠지만, 그럼에도
이젠 덜 아프고 걷기만 했던 긴장했던 다리가 앉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아픈 다리가 베일로 꽁꽁 숨겨져 계속 상처를 숨기고 걷는 것보단 이젠 그 정교한 거짓이란 신발을 벗고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