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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ㅣ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무용해서 어렵다고 치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철학입니다.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궤변으로 들리기조차 합니다. 그럼에도 이 철학이란 학문은 신학과 더불어서 아주 오래되었고 사장되지 않은 학문인 것은 그만큼의 사람들의 지적 탐구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알고 싶어합니다. 이브와, 판도라가 금기를 어긴 것은 호기심인 한편, 바로 그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갈망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철학을 웹툰 형식으로 썼습니다. 22명의 철학자들, 데카르트부터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실존주의에서 시작합니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그저 쉽게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그 말 안에는 자기부정이,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읽으면서,
그 유명한 루소의 일화는 다시금 놀라게 합니다. <에밀>을 쓴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겼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의 <인간 불평등>에 대한 이론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순된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배제한다면 맞는 말일 테지만 말이죠. 그것은, 뒤의 마크르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그의 이론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의 <공산당 선언>이 읽히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욕망"은 어딘가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철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지적 탐구" 이지, 인간의 탐구가 아닌 것이었던가? 싶었던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선과 악에 대해서도 좀 단선적인 느낌이었지만, 그냥 나온 이론은 아니었습니다. 몇 번을 자신의 이론을 뒤집고, 다시 뒤집는 칼 포퍼가 그러했습니다. 나의 이론이 완전하다,라는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렌트에 이르면서, "악"에 대해서, 푸코에 이르러선, "광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흥미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의 "순수한 지식이란 없다"라는 것에 응? 하며 들여다보니, 그 모든 지식들이란 바로 "권력관계에 의해 구성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과 아주 흡사한 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지식" 이란 것도 순수학문만은 아니다,라는 것이죠. 결국 인간의 생각은 권력에 의해서 수직적인 관계일 수밖엔 없다,라는 것이니까요.
푸코의 편은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 끄덕였습니다. 또한 그 유명한 밀이 의원 시절, 여성도 동등하게 참정권 청원서를 제출했단 사실, 그리고 독특한 연애사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툰 형식으로 보면 쉬울 줄 알고 덥석 읽은 책인데 아니었습니다.

재미있다가보다는 솔직히 저의 습자지 지식으로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22명의 철학가들을 쉽게, 간추리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언어의 선택에서도 그랬습니다. "가시적, 미시적" 이런 것들을 그냥 "보이는. 보이지 않는" 이런 식으로 일상의 평범한 언어로 써놔도 좋을 텐데 굳이 저렇게 써야 했나? 싶은 느낌이었고 짧다 보니, 응? 뭐지?라면서 다시 한번 곱씹게 하시려고 쓰신 건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과 뭔가 슥 빠진 느낌에 어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웹툰으로 철학을 읽으면 좀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긴 했으나 어려웠습니다. 역시, 단숨에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철학에 대해 유행이란 말을 했을 땐, 조금은 맞는 듯하면서도 갸웃거렸습니다. 오늘날 지나간 유행이라면 왜 다시 거들떠보는가?라고 말입니다. 그 시대의 결핍상이라는 것에는 크게 공감하지만, 학문에 유행을 논하는 것은 웹툰이라지만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것인데 유행..?이라는 말에 민감했나, 싶었으니까요. 물론, 제 해석이 잘못된 것일지도요.
불변의 완전한 해석이란 없다. 해석은 무한한 과제다.

네, 해석이 그렇듯, 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유행"이란 말에 수긍도 갔습니다. 학문의 사조란 것은 그 시대상을 표현하면서 계속 바뀌어 나가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권력에 예속되든 혹은 순수이성이든, 혹은 악의 규정이 명확하거나 요즘처럼 그 경계가 불분명해졌거나 모호해진 상태는 또 언젠가 바뀔까요? 아니면 그 선과 악조차 바뀔까 궁금해지는 것, 무용하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궤변 같으나 귀가 기울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잠시 들춰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