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여기 층계참의 어딘가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곳이지만 어째 참으로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목표했던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 이곳의 학생들 역시 자신과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하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이곳의 학교를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온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동경까진 아니라도 부러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와 비슷하게 절대 실패치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계단에서 구를 일은 없을 거라 믿었는데 순간 굴러 겨울의 학교라 느끼는 아이도, 에이스란 꼭대기에서 조금만 더,였는데 알면서도 설마란 생각과에 무리를 하면서 삐끗한 다리 때문에 굴러서 온 아이도 있습니다. 그렇게 신설된 이 "메이센 여자 고등학교"에 온 이유는 각기 그렇게도 다릅니다.


그들에게 이 학교는 "터널"이었습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터널. 아니, 누군가에겐 또 아니었을지도요. 그런데, 그 어둡기만 할 것 같던 터널의 입구에서 놀랍니다. 네, 처음은 그저 어둡기만 했는데, 덜컥, 겁이 나 손을 잡고 들어가자 참으로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일곱 빛깔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각자의 색으로요. 화음이 도로 시작해서 도로 끝나 결국은 여섯이면서 일곱이듯 그렇게 묘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처음 터널의 앞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미래의 우리 자신을 떠올리는 거야.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건 미래의 우리 자신이야. 지금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마돈나>예요, 하고 보여주자

본문 347, 고리에



내 노래가 대단한 건 아니다. 내 노래로 누군가의 어딘가를 울린다, 누군가의 어딘가에 울리는 데가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낀다. 가슴이 떨려온다. 기쁘다든가, 즐겁다든가, 슬프다든가, 외롭다든가, 수많은 감정을 우리 모두는 품고 있다. 노래로 함께 나눌 수 있다.

본문 251p, 마카모토 레이



시작은 깜깜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그 터널이 그렇게 안은 아름다운지 몰랐던 아이들은. 어째서일까 하니, 두려움이 앞선 것입니다.

- 이제 끝났어,라고 생각하니 그 터널은 그렇게 보일 수밖에요. 아마, 끝이라는 그 생각, 사실은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음에도 그때는 그런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기에 그럴 수밖에요. 하나의 허들에서 넘어지면, 끝이고 한 번의 박자에서 틀리면 끝인 그런 시간들이요.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그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그게 그렇게 여겨지던 순간이니까요. 그녀들, 마돈나들에게 진실이, 진심이 아닌 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카모토 레이의 좌절로 시작된 이 소설은 제겐 "기쁨의 노래"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그런 고민, 혹은 비슷한 고민들을 가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묘하게 웃음 짓게 만들었습니다. 뭐랄까, 그때의 동질감 같은 것이랄까요..? 작년 서점대상을 차지한 츠지무라 미즈키의 거울 속 외딴 방 이 좀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조금은 그 무거운 마음을 살짝 덜어내면서도 가벼이 다루지 않았단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그 간질간질한 느낌, 소위 중2병이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뒷면의 "서툴지만 가장 찬란한" 그 소녀들의 이야기들 살짝 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었을지도요. 똑같진 않더라도 그 시절 그랬지,라는 그 미묘한 동질감으로 말입니다.


누군가가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레이를 중심으로 모이긴 했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는 또 그녀들만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순간이었습니다. 정작 합창대회에선 아니었던 그 노래는 어느 순간에 아주 아름답게 들립니다. 그래서, 그 소리를 한 번 더 듣기 위해 아니, 합창하기 위한 그녀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자, 정말 캄캄하기만 했던 그 터널의 빛은 반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조금은 해결됐지만, 완벽한 해결이란 결국 없지만 이제 손을 잡을 줄 알게 됐고, 기어이 작지만 목소리가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레이가 어려워서.. 라기보단, 자신이 아픔의 곡인 <아름다운 마돈나>를 뽑을 줄도 몰랐지만 그 노래가 그렇게나 아름다운 줄, 또 다른 즐거움을 줄지 몰랐을 겁니다.




이제, 고작 1막이 시작된 것일 뿐입니다.

소녀들은 그저 한숨을 내리쉬며 <내 인생은 내리막길, 끝났어>라는 생각에서 한 뼘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어떤 형태로도 또 성장할 것입니다. 터널도, 층계참도 결국 나아가야 하고 내려가든 올라가든 해야 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든 혹은 혼자서든 말이죠. 이들의 변화가 참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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