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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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주는 초조함에는 행복감이 기묘하게 따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사람들 모두에게 일어난 일은 그처럼 그 "작은 사고" 일 수도 있지만 결코 누군가에겐 작지 않은 사고일 수 있습니다. 그 사고로 조금씩 지연되는 시간은 그래서, 원래 막차가 도착해야 하는 그 시간보다 더디게

도착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또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 그 순간에 찾아온 사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날 도착하자마자 기다리는 일부터 몇 년, 몇십 년의 긴 기다림의 일들이 그곳 플랫폼에 있었습니다






책은,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일곱 가지의 무지개색을 담고 있었습니다.라고 쓰고 보니,


모든 "인생"이란 말을 갖다 붙이면 진부해져 본문 14p


"인생은 10단 변속 자전거 같은 것. 거의 안 쓰는 기어투성이다."

"누가 한 말이야?"(....)

"라이너스. 스누피 친구."

(....) 말하자면 다 함께 인생의 고비를 넘어선 기분이었다. 본문 16p



정말이지, "인생"이란 말, 삶이란 말을 붙으면 묘하게 또,라는 느낌이 있지만

그만큼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에서처럼 "다 함께" 말입니다. 설령, 그것이 또 진부한 일일지라도요. 일곱 개의 에피소드의 시작은 같습니다. 우리의 생의 처음이 그렇듯요. 늘 출발선상이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색깔이 다릅니다. "빨간 물감"은 어쩌면 그래서 아팠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비슷하게 출발하지만 중간에 탈락자가 생기는 느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미묘한 반전으로 웃을 수 있는가 하면(1화, 파우치), 제겐 이거 무슨 이야기지?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있는 반면, 4화인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편은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서점대상, 미스터리 그리고 막차 이렇게 세 개의 코드가 저를 끌었지만 그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감이 커서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기대했던 제겐, 되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컸습니다. 물론, 그 안에 있는 미스터리도 분명 있습니다만, 주가 아니라 살짝 거들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되려, 조금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몰라도, 미스터리 부분에 기대를 거신다면 살짝, 고개를 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기대하지 않은 막차의 사건들이 끝난 후의 이야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겐 그냥 덮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는 묘하게 어떤 에피소드와 이어져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1화의 파우치 일 수도 있지만 또 아닐 수도 있다면서요. 그 사람들은 "막차"라는 공간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고 그것은 이어져 있기도 하니까요.


그것은,

거의 모르는 사람을, 여기서라면 이 역에서라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라며 줄곧 기다렸어요. 찾았어요.

그렇지만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중략) 늦지 않았네요.

본문 309p, 311p



막차가 마지막으로 끝난 사람도 있는가 하면, 또 그 막차가 지나다니는 플랫폼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단 생각으로 끝내 마지막인 날, 처음으로 만나 이제 "처음"이 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 차를 타면서 그런 결말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결말이라면 참 재미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막차는 어쩌면 선택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 선택을 후회하는 때가 많습니다. 왜냐면은 어쩌면 저만 알고 있는 것이겠죠.

사람들은, 그렇게 어두운 밤 기다립니다. 막차까지를요. 그 사람들이 기다린 것은 그 뒤에 올 그 무엇입니다. 그것이 주는 것은 편안함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또 다른 차를 타기 위함일 것입니다. 아마도, 요. 밝은 날의 그 정류장에서 또 아침의 첫차를 타기 위해서 혹은 그 밤의 안식을 위해서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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