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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8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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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기일식, 같은 날이 있습니다. 그 밤에만 빛나는 그 달이 한낮의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날만이라도 빛과 어둠이 그리고 달과 태양이 공존하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까 싶습니다.
결국에는, 그저 아주 그 순간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왜냐면, 그때의 신비스러움이 그것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지킬 박사, 그리고 하이드.
그들이 그랬습니다. 아니, 헨리 지킬은 말했습니다. 선과 악의 완전한 분리를 말입니다. 그리하여, 악이 선 때문에 또 그 반대로,
선이 악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를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짜였을까요?
인간은 본래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두 개의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나는 인간이 두 개의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89p, 헨리 지킬의 노트.

그는, 그의 내재돼 있던 욕망을 부른 것이었습니다. 헨리 지킬, 그는 선한 학자였습니다. 기부도 많이 하며 존경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억제돼 있던 것들이 폭발한 것입니다. 바로 "하이드"란 우리의 숨겨진 선한 얼굴 뒤의 악함을 폭로하고 싶었는지도요.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그렇게, 지킬 박사는 하이드의 심연을 오랫동안 본 것일까요? 아니면, 그 악함에 어쩌면 스스로가 먹히고 싶었던 것일까요?
하이드는, 헨리 지킬에 비해서 "그것은 기분 나쁜 혐오감"(40p)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무시당하면서 어째서였던 것일까요?
- 그것은, 헨리 지킬은 누릴 수 없는 쾌락이었을 겁니다. 남들이 혐오하는 것조차, 그리고 무자비한 일을 자행하는 그 과감성까지요.
그렇게, "악" 이란 숨겨진 것을 끄집어 내면서, 쾌락과 동시에 가져온 것은 바로 "피폐함"이었습니다.

멈추고 싶었다고, 그리고 어느새 이미 그를 지배하고 있었고 더이상은 컨트롤 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랬을까요?
멈추고 싶던 그 의지는 아마도 지배당하고 싶은 의지가 삼겨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더한 쾌락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니, 더 정직한 글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 둘"이라고 말입니다. 더이상, 혼자가 아닌 '우리"가요.
결국에는 헨리 지킬은 하이드를 인정할 수 밖엔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빛이 가지는 속성이기도 합니다. 그림자가 긴 그 빛의 말입니다.
이 소설을 여러 콘텐츠, 연극으로부터 시작한 뮤지컬, 연극 공연과 영화로는 접했으나, 정작 문학작품으로는 처음 접했습니다.
어딘가 생소한 듯 아주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선과 악, 이 경계가 언젠가부터 무너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빛과 그림자 그 공존의 어딘가에 생기는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그 경계의 선상은 있습니다.
내 안의 그림자를 들여다 볼 때가 말입니다. 긴 그림자일수록 밝다곤 하지만, 실은 아니란 것도 압니다. 그저, 위안일 뿐일지도요.
- 가끔 저는 누군가가 말해주길 바랍니다. 그 선악의 경계선상에 있을 땐 빛과 그림자, 혹은 빛과 어둠의 명확함을요.
하지만, 그럼에도 또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아주 낯익은 세계문학, 하지만 텍스트로는 낯선 작품을 읽었습니다. 짧지만, 긴 _ 선과 악처럼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어째서 "고딕 문학" 이라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지킬 박사의 편지를 읽는 어턴스의 심정으로 그리고, 그의 모습을 직접 목도한 라니언 박사의 심정으로 말입니다.